시설 유지·보수에 70억달러 더… 끝나지 않는 '돈 먹는 올림픽'

행사 준비 500억달러로 역대 최대
G8 정상회의·F1경주 등에 활용 계획

소치 동계올림픽에 붙은 '역대 가장 돈을 많이 들인 올림픽'이란 오명이 폐막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준비를 위해 500억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투입했지만 폐막 후 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최대 70억달러의 예산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러시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소치 올림픽은 이미 준비 과정에 1조5,300억루블(약 440억달러)을 투입해 400억달러가 들었던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넘어 가장 돈 많이 든 올림픽이란 평가를 받았다. 2007년 올림픽 유치 당시 제시했던 예산인 120억달러의 세 배가 훨씬 넘었다. 2010년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소치올림픽의 유지·보수비 수준인 70억달러의 예산으로 치러진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폐막 후에도 많은 예산이 필요한 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경기장과 막대한 기반시설을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건설부에 따르면 올림픽을 위해 신축한 경기장만 14곳에 달하고 각각 260㎞와 200㎞에 이르는 철도와 도로, 공항·항만 등도 모두 새로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한 개발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이 시설들을 흉물로 만들 수는 없기에 유지·보수에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시설들을 올해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와 자동차경주인 포뮬러원(F1),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설물 관리에만 연간 17억~22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러시아 정부는 아직 경기장 14곳을 민간 매각 대상과 정부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조차 마치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경기장 민간 매각을 담당했던 코스타스 미트로풀로스는 "자원 낭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대회 폐막 후 경기장 사용 계획을 조기에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에너지 자원에 의존하던 경제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며 경제 개발 잠재력 확보 대책 등을 포함한 장기적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 수출이 차지하는 정부 세입 비중이 50%로 지나치게 자원 의존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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