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28년래 최장기 추락

WTI 7주째 떨어져 배럴당 74弗


세계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산유국들의 증산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국제유가가 28년 만에 최장기 하락행진(주간 가격 기준)을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당분간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산유량이 사상 최대로 늘어나 유가약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74.21달러를 기록해 전일 대비 3.9% 하락했다. 북해산브렌트유 역시 이날 전일에 비해 3.06% 떨어진 77.92달러를 기록했다. WTI 주간 가격은 7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WTI가 지난 1986년 이래 최장기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의 유가하락은 미국 내 석유 생산 및 재고량이 급증했다는 소식과 산유국 감산합의 불발 가능성, 달러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의 13일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셰일가스 증산 등에 힘입어 일일 906만배럴에 달해 관련 통계자료가 작성된 1983년 1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유가가 연일 추락하자 OPEC 내에서는 유가방어를 위해 감산을 해야 한다는 측과 증산이나 생산량 유지 등을 통해 가격을 더 떨어뜨려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이 낮은 미국 등을 옥죄어야 한다는 측의 물밑 힘 겨루기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베네수엘라는 감산을 역설하며 라파엘 라미레스 외무장관을 카타르로 파견해 13일 현지 고위당국자들을 접견하는 등 생산량 감축 여론을 모으기 위한 외무장관의 산유국 순방을 진행하고 있다. 알제리와 에콰도르 역시 베네수엘라에 동조하며 유가하락 저지를 외치고 있다. 반면 자국 내 이슬람반군 세력과의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석유 수출량을 유지해야 하는 이라크와 국내 정치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를 살려야 하는 리비아는 감산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누아이미 석유장관은 최근 남미 산유국 등을 순방하면서 중지를 모으고 있는데 감산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큐리에 원자재연구소장은 13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OPEC이 미국보다 먼저 유가하락에 대응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리라고 분석하면서 "오는 27일 OPEC회의에서 감산 결정을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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