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중부담-중복지(73.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말정산 파동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국민 각자가 세 부담을 조금씩 늘리고 적정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응답 가운데 '고부담-고복지'와 '저부담-저복지'는 각각 10.9%, 8.2%에 불과했다.
반면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국민들의 인식과는 달리 세율이나 세목 신설 등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세출 구조조정이나 지하경제 양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답이 다수를 이뤘다. 증세 대상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의 47.7%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를 택했다. 이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지출 구조조정으로 최대한 노력하고 국민적인 합의가 있을 때 증세가 가능하다"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면 법인세(27.0%), 부가가치세(18.0%), 소득세(7.2%) 등의 순으로 개인에 대한 세 부담 증가를 최대한 미루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향후 증세와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면 사회적 갈등이 간단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오는 2030년께 국가가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본인이 부담한 만큼 복지혜택을 누리는 중부담·중복지를 향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