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회장 "대우건설 인수 아직 구체계획 없다"

"産銀 직접제안 안받아"… 실무진 차원 검토 시사
아부다비 주택단지 조기 완공… "중동 진출 확대 초석 삼을 것"


강덕수(사진) STX그룹 회장이 최근 불거진 STX의 대우건설 인수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강 회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17일 "대우건설 인수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STX의 조회공시 답변 내용과 일치한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강 회장의 표정을 밝았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이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미소를 지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강 회장은 "산업은행에서 언제, 어떤 식으로 대우건설 인수 참여 제안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저한테까지 직접 제안이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STX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강 회장은 "민유성 산은 행장과 만나 대우건설 문제를 상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만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에서는 산은이 대우건설의 지분 '50%+1주'를 사기 위해 조성할 사모펀드(PEF)에 STX그룹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지분의 약 15%(약 1조원)를 우선 인수한 뒤 차차 지분을 늘려 경영권 확보에 나선다는 소문이 있었다. STX그룹은 창립 이후 성공적인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워왔고 최근에는 조선 및 해운에 90%이상 집중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플랜트 및 건설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국내외 건설 각 분야 시공 역량과 실적을 보유한 대우건설이 탐나는 매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련 업계 및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STX의 자금 여력 및 재무 상태에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세계 조선 및 해운 시황이 여전히 바닥인데다 STX그룹 주력 계열사의 재무건전성이 지난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STX는 단기차입금 7,256억원과 부채 비율 210%를 보이고 있고 STX조선해양도 같은 시기 단기차입금 9,482억원과 563.7%의 부채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STX그룹의 한 관계자는 "산은과 다양한 옵션을 두고 협의한 뒤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시장 일각에서 STX의 대우건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TX그룹은 이날 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1억8,100만달러 규모 초대형 주택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17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김국현 STX건설 사장, 데이비드 포브스 타사밈리얼에스테이트사 고문, 모하메드 핫산 알 무아이니 에마랏 유럽 회장 등 관계자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주택단지 준공 및 입주식 행사에 참석했다. 이 프로젝트는 STX건설이 2008년 4월 UAE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타사밈리얼에스테이트사에서 수주한 것으로 아부다비 남부 무사파 경제특구지역 16만8,800㎡ 대지에 주택 42개동, 상가, 병원 등 총 65개동을 건립해 총 1만4,200명의 기술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단지를 신축한 사업이다. STX그룹은 이 프로젝트 공기를 1개월 이상 단축해 현지에서 훌륭한 평가를 이끌어냈다. 강 회장은 준공식에서 "이번 사업을 향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나가는 초석으로 삼겠다"고 말했다고 STX 측은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