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전·융합 이끄는 출연연] <3> 한국전자통신연구원

CDMA서 4G까지… 신기술 개발로 ICT강국 선도
35년 연구개발 경제효과… 국가예산 47%인 170조
국제표준특허 376개 등 잠재 자산가치 4조 달해

ETRI 연구진들이 실감 방송 미디어 연구를 위해 대형스크린앞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자통신연구원



'1가구 1 전화 시대를 연 전자식 교환기(TDX)'.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혁명을 이룩한 초고집적 반도체(DRAM)'와 휴대폰 강국의 초석이 된 '디지털이동통신 시스템(CDMA)' 등.

지금은 우리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술들이지만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꿈속에서나 떠올렸던 신기술이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정보통신기술(ICT) 불모지였던 이 땅에 어떻게 이런 신기술들이 잇따라 나올 수 있었을까.

주인공은 바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지난 1976년 설립된 이래 획기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우리 일상의 삶을 바꿔 놓았다. ETRI는 미국 특허전문지인 'IP Today'가 실시한 미국특허 종합평가에서 '연구소ㆍ대학ㆍ정부기관' 그룹 288개 기관 중 3년 연속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기관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는 현재 1,97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박사 인력은 약 48%인 863명, 석사는 50%인 915명에 달한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싱크탱크(Think Tank)'인 셈이다. 특히 이 연구기관을 거친 연구인력 가운데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비롯해 장관만 무려 4명을 배출했을 정도다. 13일에는 이곳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던 최양희 서울대 교수가 미래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다섯 번째 장관 배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흥남(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은 "그동안 세계 최고ㆍ최초의 기술을 우리가 쉼 없이 개발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ICT 강국 코리아'가 있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지식재산의 보고이자 IT 국가대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ETRI가 그간 만들어낸 기술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단하다.

2012년 기관 설립 35주년을 맞아 발간한 'ETRI 35년 연구개발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지난 35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총 169조8,095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총예산인 357조7,000억원의 4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산업체의 매출액 창출에 기여한 직접효과만 108조4,483억원에 달하며 이로부터 파생되는 간접효과는 61조3,61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할 수 있는 특허 부문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특허 포트폴리오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출원건수 4만8,763건, 총 등록건수 2만4,820건이다.

이 가운데 국제표준특허만 376개를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국제표준특허 1개의 가치가 대략 1,000만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누적 잠재자산 가치는 무려 4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전체 기술료 수입은 약 434억원으로 공공 연구기관 중 최고 수준이다. 미래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이곳의 기술료 수입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김 원장은 "무형재산인 특허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특허경영을 체계적으로 이끈 것이 오늘날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이룬 동인"이라며 "앞으로도 국부 창출에 획기적으로 기여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4세대 이동통신시스템 'LTE-Advanced',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자유로운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휴대형 한·영 자동통역기술(지니톡)', 밝은 낮에도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는 '투과도 조절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 IT와 조선 산업 간 융합 연구를 통한 세계 최초 '스마트 선박 기술(SAN)' 등을 개발하는 등 국가산업 발전의 초석인 핵심 원천 기술과 융합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모바일 클라우드 가상 데스크톱 기술 △10배 빠른 웹가속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 △정밀위치기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 기술 등을 10대 대표 연구성과로 삼고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단일과제나 부서 간 과제결합을 통해 가치 있는 연구개발(R&D) 성과를 창출하고 우수 연구성과에 대해 포상하는 성과 중심 조직문화를 배양하고 있다"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성과 창출 및 대국민 홍보로 R&D 투자 정당성 확보를 위해 매년 주요 10대 대표 연구성과를 선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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