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는 갈수록 쌓이고 거래업체에서는 결제를 두 달 째 미루고…. 사채로 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안산 소재 A부품회사 자금담당 상무).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본점심사가 엄격해 져서 돈 빌려주기가 쉽지 않습니다”(B은행 안산지점장).
올들어 부도기업 수는 지난 6월말까지 2,539개. 매월 쓰러지는 기업이 지난해 상반기월평균보다 93.7개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부도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만 몰리는 돈을 산업자본으로 유도해 `자금의 선순환`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기업 자금난 갈수록 심화=올들어 5월까지 직접금융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액은 26.7,000억원. 지난해 동기보다 25.4%나 감소했다. 금융회사의 대출기피 탓이다. 특히 A등급 이상과 BBB등급 이하인 기업의 회사채 발행비중이 지난 2001년 57% 대 43%에서 올 1~5월에는 72% 대 28%로 낮아지는 등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자금난이 갈수록 가중되는 추세다. 불황으로 인한 매출 부진도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H은행의 한 심사역은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하반기에도 매출 부진이 이어질 경우 버티기 어렵다고 응답한 기업이 20%를 넘는다”고 말했다.
◇`신용보강` 없인 대출 어렵다=은행의 여신담당 임원들은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을 대출기피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김영석 우리은행 부행장은 “고용이나 산업유발 효과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보증을 대폭 확대해 신용보강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열 하나은행 부행장도 “외부감사 대상 기준을 강화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책자금의 지원대상을 확대하거나 금리를 인하하는 등 운용방법 개선론도 나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공장담보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낮춰주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 축소 등의 정책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가능할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기업금융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까지 구성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감감 무소식이다. 중소기업체의 자금담당 임원은 “올초부터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라며 “대책 마련이 지연되는 동안 중소기업의 도산이 줄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김홍길기자 wha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