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이 10년 연장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대신 현재 총소비량의 4%인 의무수입물량(TRQ)이 오는 2014년까지 8%로 늘어나고 수입 쌀의 밥쌀용 시판물량도 전체 수입물량의 30%까지 확대한다는 단서조건이 붙어있다.
정부는 추가 협상을 통해 현재 8%로 협의된 의무수입물량을 7.8%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농민과 정치권은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반발하고 있어 최종 결론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17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농업기반공사 대강당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쌀 협상 국민대토론회’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의 쌀 협상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대토론회는 농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정부가 발표한 쌀 협상결과에 따르면 쌀 관세화가 10년간 유예될 경우 의무수입량은 내년부터 매년 2만톤씩 늘어나 2014년에는 41만톤(8%)까지 증가하게 된다. 또 수입 쌀의 소비자 시판물량도 내년에 2만3,000톤에서 2014년 12만3,000톤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 중 국내외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다. 중간에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관세율은 2007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따른 관세가 적용되고 의무수입물량은 관세화 전환 당시의 TRQ 수준과 DDA협상에 따른 물량수준 중 높은 것이 적용된다.
정부는 관세화와 관세화 유예 중 어느 쪽으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분위기는 이미 관세화 유예 쪽으로 기울고 있다.
쌀의 국제가격과 환율, DDA협상에 따른 관세상한선 설정 등 위험변수가 너무 많아 일단 관세화를 유예한 후 DDA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화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관세화를 선택할 경우 2014년 최소시장접근(MMA) 쌀 예상 수입량이 기준연도 평균 쌀 소비량의 4.4∼15.5%(22만∼80만톤)로 변동폭이 너무 커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쌀 재배면적과 쌀 가격 하락으로 쌀 총소득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3조∼4조7,000억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쌀 협상 결과에 대해 농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소속 농민 100여명은 이날 오후1시30분부터 ‘국민대토론회’ 행사장 단상을 점거한 채 토론회 진행을 막았다. 전농은 “정부가 기층 농민의 의견은 배제한 채 쌀 협상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려 하고 있다”며 “명분 쌓기에 불과한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연내에 쌀 협상을 종료하고 관세화 유예와 관세화 전환 중 하나를 최종 선택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농림부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22일)와 농어업ㆍ농어촌특별위원회(23일)를 거친 뒤 28일께 국무회의에 보고, 정부의 최종 입장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