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가수요차단·공평과세 '다목적'

■ 기준시가·재산세 인상아파트 10% 수시고시 적용… 강남은 43%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기준시가와 재산세를 올린 것은 주택시장의 가수요를 차단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인상폭이 어느 때보다 높고 행정자치부와 국세청이 한꺼번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재산세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그 폭이 작아 투기심리를 잠재우기에는 힘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연달아 내놓은 부동산시장안정대책의 완성편 격인 이번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경우 금리인상 등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동원될 전망이다. ▶ 10가구 중 1가구, 기준시가 올라 이번 수시고시 대상 441개 단지는 전국 6,734개 단지의 6.6%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가구수로는 30만9,461가구로 전체 아파트 거주 가구수 243만437가구의 12.7%에 해당한다. 아파트 10가구 중 1가구꼴로 수시고시제를 적용받는 셈이다. 서울 강남(한강 이남)의 경우는 전체 아파트의 42.7%가 포함됐고 특히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 강남ㆍ송파ㆍ강동구 등 3개구는 72%에 달해 수시고시 대상이 부동산 투기가 일고 있는 강남에 집중됐다. 이들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집값 오르면 기준시가 수시로 조정한다 국세청은 올들어 아파트가격이 급등하자 매년 7월1일에 하던 정례고시를 3개월 앞당겨 지난 4월4일 고시했다. 당시만 해도 단지 정례고시를 3개월 앞당긴 '조기고시'일 뿐 가격급등락 지역에 한해 수시로 고시하는 이른바 '수시고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조기고시 이후 잠시 안정세를 보이던 아파트가격이 7월부터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자 결국 이날 급등세가 두드러진 아파트 441개 단지를 정해 수시고시했다. 9ㆍ13 기준시가 조정은 공동주택 기준시가의 고시체제가 정례고시에서 수시고시로 완전히 전환했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줄여 과세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집값 동향에 따른 수시조정 여부 및 시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고시에서 빠진 아파트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새 고시대상 아파트값이 급등할 경우 언제든지 새로운 기준시가를 산정, 고시하겠다"며 "이를 위해 전국 아파트가격 변동내용을 상시파악하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 재산세 인상, 투기 잠재우기에는 미흡 재정경제부는 행자부의 재산세율 인상안에 놀라는 눈치다. 행자부가 지난주 제시한 방안보다 내용이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투기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의문이 일고 있다. 인상폭과 적용범위가 작기 때문이다. 크게 올랐다지만 재경부가 당초 요구한 재산세액 기준 평균 2.5배 인상안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서울 강남과 비교한 강북 등 다른 지역의 '재산세 불평등'도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행자부는 현행 재산세 과세기준은 면적 중심으로 이를 근본으로 뜯어 고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가격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의 5.5배에 달하는 재산세 격차는 줄어줄지 않는다. 행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산세를 가지고 지역불균형을 해소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국민 정서를 감안해 장기과제로 시가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건물공시가격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석영기자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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