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위성 1호의 비전 이루려면

발사에는 성공했으나 교신이 안돼 국민들을 애태우게 했던 국내 첫 천문ㆍ우주과학실험용 위성인 `과학기술위성 1호`와의 교신이 29일 밤 마침내 이루어졌다. `과기위성 1호`는 설계ㆍ제작ㆍ시험 등의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 주도로 이뤄져 더욱 의미가 크다. 이 위성은 또 세계 최초로 원자외선 영역의 `전천지도`(全天地圖)를 작성할 수 있는 `원자외선우주분광기`를 탑재해 활용도가 대단히 높다. 경제적 의미도 상당하다. 소형 위성분야에서 우리도 위성수출국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벌써 베트남 등이 한국제 소형 위성에 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구매상담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국산 로켓을 이용한 발사를 목표로 `과학기술위성 2호`도 개발중이다. 이번 1호의 발사 성공에 힘입어 2호도 성공리에 발사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 고흥군 하빈 마을에 짓고 있는 우주센터가 오는 2005년 말 완공되면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을, 우리 발사체를 이용해,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우주기술의 자립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우주선진국 대열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그 효과는 실로 크다. 세계 위성시장에 진출해 고부가가치의 수입원이 되며, 아울러 오는 2015년까지 쏘아올릴 9기의 위성에 소요되는 외화비용 1,020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위성의 다양한 이용을 통해 안보와 경제면에서 획기적인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국내 인프라가 튼튼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장비의 국산화도 요원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표적 과학기술영재 양성기관인 KAIST 학생들까지 중도에 진로를 바꿔 의대나 한의대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KAIST에 따르면 올 1학기 동안 78명(석ㆍ박사과정 포함)의 학생들이 자퇴했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자퇴한 학생수와 같은 수치라니 정말 걱정스럽다. 장비 국산화율도 너무 낮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장비정보망에 등록된 1억원이상 고가장비 중 국산장비는 8%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가 최근 각종 대책을 쏟아 붓고 있지만 관련 부처간 협력시스템이 유기적이지 못해 단편적인 처방이나 전시행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라도 종합적인 처방을 마련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과학기술 인프라 확충은 미래를 위해 이 시점에서 마땅히 해야 할 과제다. 과학위성의 비전을 달성하는 길도 거기에 달려 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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