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전략으로 중국 조여가는 오바마

말레이시아 방문 정상회담서
남중국해 영토분쟁 지원 사격
필리핀선 '亞 재균형 정책' 논의

아시아 4개국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말레이시아·필리핀에서도 대중 봉쇄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6일 2박3일 국빈방문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국회의사당에서 압둘 할림 국왕과 나집 툰 라작 총리의 환영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그는 27일 라작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 등 양국 간 안보 협력 강화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동남아 국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사격을 가한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전 총리의 독자 외교노선 등으로 다소 멀어진 양국 관계 복원과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문제도 집중 논의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필리핀 방문에서도 동아시아 동맹국과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과 필리핀이 물리적 충돌까지 빚은 스카버러 해역 등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양국은 1992년 폐쇄된 수빅만 미 해군기지의 재가동을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미국이 대중 봉쇄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미일 정상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으로 명기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중국 주재 양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오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외교부 책임자가 오늘 오후 개별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주중 대사를 만나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센카쿠열도 등 영토 갈등 문제와 관련해 미국 대사까지 불러 항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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