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남성 2명이 칼부림 끝에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잔혹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초등학교에서도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여자 문제로 식칼 4개가 동원된 난투극을 벌이다 또래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박모(27)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토요일인 지난 2일 아침 6시 10분께 서울 일원동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조씨의 목과 가슴을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도 허벅지와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조사결과 이 같은 참변은 '치정극'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여성 A씨의 이전 남자친구였고, 조씨는 A씨가 박씨와 헤어진 뒤 만나기 시작한 현재 남자친구인 것. 두 사람은 사건 이전에도 만나 인사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CCTV에는 공원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이들이 갑자기 나란히 초등학교 정문을 통해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박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해 자세한 범행 경위를 캐묻고 있다.
시민들은 흉기 살인사건이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대부분이 출입문을 등ㆍ하교 시간에만 열어놓는 등 보안대책을 세워놓고 있고, 교내외에 CCTV와 사설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했는데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학부모인 박모(34ㆍ여)씨는 "초등학교에서 사람이 죽었다는데 걱정돼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겁난다"며 "학교 사정도 있겠지만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방법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전에도 서울 한복판에서 흉기가 동원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거리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30대 남성이 지나가던 시민을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길을 가던 시민을 흉기로 위협하고, 놀라서 도망가는 사람을 쫓기까지 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술집에서 빌려간 돈 700만 원을 갚지 않는다며 40대 남성이 10년 지기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또 10대 청소년이 부모에게 반항하며 흉기로 위협하다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을 찔러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지난 9월에는 경찰서 안에서 조사 받던 남성이 다른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한 일선 경찰관은 "칼부림 범죄는 사건마다 처벌 수위가 달라 어렵게 붙잡아도 처벌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며 "흉기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한 범죄인지를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사건 발생과 시민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