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일이다. 골프 팬들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9·미국) 없이 치러지는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지켜보게 됐다.
세계 랭킹 1위 우즈는 오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2일 밝혔다. 우즈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일 유타주에서 허리 부상에 따른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완전한 회복에는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노력했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못하게 돼 매우 슬프다"고 덧붙였다.
우즈에게 마스터스는 각별한 대회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처음 출전한 지난 1995년 이후 19년 동안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출전한 메이저대회다. 1997년 첫 우승을 차지하며 '황제'의 칭호를 얻었고 2001년과 2002년·2005년 등 모두 네 차례나 그린재킷을 입었다. 2009년 말 스캔들이 터진 뒤에도 2010년 복귀 무대로 마스터스를 선택했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5승을 거둔 기세를 몰아 9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렸지만 허리 수술로 20년 개근도 못 이루게 됐다.
◇잇단 부상…메이저 최다승 빨간불?=올해 마스터스 불참으로 잭 니클라우스(74·미국)의 메이저 18승 기록을 좇는 우즈(14승)의 도전에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우즈는 지난달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개막 하루 전에 허리 통증으로 출전을 포기했고 2월 시작한 혼다 클래식에서는 4라운드 도중 같은 이유로 기권했다.
2008년 US 오픈 제패 이후 6년 가까이 메이저 승수를 보태지 못한 우즈는 올 시즌을 맞아 기대를 부풀렸다. 올해 4대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중 마스터스를 포함해 브리티시 오픈(영국 로열 리버풀), PGA 챔피언십(켄터키주 발할라) 등 3곳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메이저대회부터 출전이 좌절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대학 시절부터 무릎과 아킬레스건·팔꿈치 등의 부상에 시달렸던 우즈는 적잖은 나이에 허리 부상이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이번 수술이 장래를 바라본 우즈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패럴 에번스 기자는 "39세의 우즈가 수술을 받아 니클라우스 추격이 더욱 힘겹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한 사실은 우즈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는 절대 기록을 깨뜨릴 수 없다는 것"이라고 썼다.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있겠으나 부상을 확실히 치료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더 크다는 의미다.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위태=지난해 3월 탈환한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위협 받게 됐다. 미국 골프채널은 2위 애덤 스콧(호주)이 이번 마스터스에서 공동 3위 이상의 성적을 내면 생애 처음으로 1위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3위 헨릭 스텐손(스웨덴), 4위 제이슨 데이(호주)도 우승하면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우즈는 1997년 6월에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총 677주 동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담 적은 스윙으로 바꿀까=우즈의 전 스윙코치 행크 헤이니(미국)는 우즈의 부상 소식에 스윙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우즈의 메이저 14승 중 6승을 함께했던 헤이니는 이날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우즈는 그동안 허리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면서 "이제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편안한 스윙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즈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스윙을 수정하고 연습하면 훌륭한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니클라우스는 "우즈가 부상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타깝다. 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