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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정치권의 정년연장 움직임에 대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필연적인 사안이지만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업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해줄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청년 일자리가 감소해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종갑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생활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고용연장을 통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정년연장의 법제화는 기업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사안으로 신중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은 기업의 경쟁력과 신규고용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돼야 하며 연공 임금체계의 개선과 고용유연성의 제고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도입하도록 유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기업의 정년을 법제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각 업종마다 처한 사정이 서로 다른데 이를 무시한 채 기업의 정년을 일괄적으로 획일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 기업들이 업종별 상황에 맞게 정년을 적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업종마다 인력운용에 대한 각기 다른 중장기 계획이 마련돼 있는데 정년을 법제화하는 것은 이를 무시한 처사"라며 "실제 기업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업계는 이미 타 산업에 비해 정년 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큰 부담이 없어 보인다. 현대차가 만 59세 정년에 필요시 1년을 더 일할 수 있고 기아차도 만 59세까지는 근무가 보장된다. 한국GM은 이보다 길어 만 60세를 맞는 연말까지가 정년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 60세 정년 법제화의 경우 큰 부담이 없지만 65세나 70세까지 연장된다면 생산현장에서는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져 생산성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정년연장이 세대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한창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년연장만을 주장하는 것은 청년층과 장년층 간의 또 다른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술력 보존이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년연장을 논의할 수 있겠지만 고임금 저효율 인력 부담이 과중한 기업의 경우 일률적인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일률적으로 정년이 60세로 정해지게 되면 신규채용 감소로 이어져 청년실업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로 기업경쟁력마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