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의 대상업체 선정심사를 참관하게 됐다. 경제활동의 온기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자본가에서 노동자로 흐르지 않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때다.
새로운 대안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심사장으로 향했던 발걸음도 잠시,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마땅한 수익 창출수단 없이 정부구매나 지원금, 기부와 다름없는 시민들의 선의에 기대 회사를 꾸려가겠다는 '좀비'사업계획서가 태반이었던 탓이다. 심사위원 사이에서는 시장성ㆍ독창성ㆍ지속성 등 평가기준을 들이대긴커녕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만 추려도 되겠다는 평가마저 흘러나왔다.
사회적기업은 공공을 위한 가치를 실천하는 비영리단체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중간영역에 있는 조직을 의미한다. 취약계층이나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의미 있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자체적인 수익을 통해 지속될 수 있다니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최근 정부는 물론 보수언론들까지 앞다퉈 사회적기업 예찬론을 설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국내 사회적 기업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안이하게 운영되는 곳이 허다하다. 착한 경제에 대한 열망을 등에 업고 지원을 받는 데만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3개년 사회적기업 성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사회적기업 297개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72개에 불과했다. 2010년엔 영업이익을 낸 곳이 491개 중 71개로 오히려 줄었다.
'무늬만 착한 기업'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사회적기업 제품의 구매실적을 채워야 하는 공공기관에 함량미달인 제품을 들고 와 "우리 말고 또 살 곳이 있냐"며 엄포를 놓았다는 하소연이다.
공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지 않고서 사회적기업은 지속될 수 없다. 한가지 목표를 향해 뛰는 시민단체나 일반 기업보다 오히려 힘든 길이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의 구성원들은 기존 경제주체들보다 더 치열하게 사업모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기보다 지원의 테두리에만 머무르려 한다면 사회적기업 열풍은 이내 사그라질 신기루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