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설립된 주택금융공사가 엉뚱하게도 고소득자와 고액 전세대출에 보증을 선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전세금 5억원이 넘는 고액주택에 공사가 1,034건의 보증을 섰다. 이 중 10억원 초과 전세보증도 17건에 이른다. 심지어 15억원짜리 셋집에도 보증을 섰다니 서민으로서는 허탈할 따름이다.
고액보증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아무리 전세가가 상승했다손 치더라도 정책금융기관에서 이런 데까지 지원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모르기는 몰라도 일선 창구 실무자 또한 전세 15억원짜리 주택에 보증을 서는 것이 꺼림칙했을 법도 하다.
난맥은 이뿐이 아니다. 지원계층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러다 보니 서민층에 해당하는 소득 4,000만원 이하에 대한 지원은 2010년 이후 올 9월까지 35% 증가한 데 반해 1억원 이상 고소득층 지원은 같은 기간에 6배 이상 급증했다. 보증사고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소득자 지원을 늘린 것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소득이나 전세가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데서 연유한다. 제도상의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고소득자와 고가전세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더구나 범정부 차원에서 전세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전세수요를 매매 쪽으로 전환하려 온갖 제도적 방안을 쏟아 붓고 있는 판국이 아닌가. 서민주택금융 취지에 어긋날 뿐더러 주택시장 정상화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금융감독기관과 공사의 무신경과 무책임이 놀랍기만 하다.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지자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그제서야 제도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 사장이 의원 질책을 일시 모면하기 위해 허투루 답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보증제도를 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