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거래 「본선언」채택이후…/새 국제무역질서 패권싸움 돌입

◎미,노하우바탕 「교역무관세」 밀어붙일듯/일·독선 음란물통제·지재권 내세워 견제국제적인 인터넷규범 제정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대립이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인터넷거래를 민간자율에 맡기도록 하자는 미국측의 입장에 유럽측이 원칙적으로 동조하는 내부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7일부터 독일의 수도 본에서 29개 유럽연합(EU)국가들은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렸던 「유럽 인터넷 회의」를 폐막하면서 인터넷에 대한 정부규제 대신 민간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내용의 「본 선언」를 채택했다. 이 선언은 『인터넷 사용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부의 규제는 인터넷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며 『인터넷 발전의 원동력은 민간의 투자와 업계 스스로 마련한 기준에 입각해야 하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암호화도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본 선언은 인터넷에 대한 정부규제와 개입을 최소화해 시장기능과 민간부문이 인터넷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초 EU는 소비자정보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조치를 먼저 마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독일은 지난주말께 포괄적인 인터넷 관련법안인 「멀티미디어법안」을 통과시켜, 인터넷상 음란물 및 불법적인 내용의 게재여부를 감시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금지토록했다. 반면 미국은 인터넷상에 대한 정부규제는 관련업체들이 지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정부 개입이 허용되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본선언은 유럽의 기존입장이 이같은 미국의 입장에 원칙상 접근한 것이다. 본 선언 채택에 따라 클린턴 미 대통령이 지난주 제안한 인터넷의 자유무역지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따라 인터넷 상거래라는 새 무역질서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각국간의 다툼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00년에는 인터넷 이용자가 전세계 2억명에 달하고 세계교역규모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까지 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전자상거래 무관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보유한 상황에서 오는 2000년 6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선점하려는 데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보유한데다 이미 25만개가 넘은 사이버 쇼핑몰을 가지고 있는 등 우위를 계속 유지해 21세기 경제도 팍스 아메리카나 하에 두고자 하려는 것. 그러나 독일과 일본은 이제 적극적인 미국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독주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독일은 이번 본선언을 통해 인터넷거래의 민간자율에는 원칙상 합의했지만 음란물해악 등에 대한 통제는 관철해야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통계자료·문서·영상 등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저작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도 추가로 계속 이루어져야 부분으로 지적돼 미국과의 마찰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미국의 주장에 동조입장을 보였던 일본도 패권주의적 발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EU와 미국은 9일 브뤼셀에서 인테넷상의 전자상거래에 관한 회담을 열고 지적재산권, 인터넷 거래의 안전확보, 전자결제시스템, 데이터보호방안, 인터넷 거래에 대한 세금부과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토의한다. 향후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전자상거래에 따른 해킹방지와 신분인증에 대한 문제 등 기술적인 부문에 대한 보완요구도 부각되고 있다.<최인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