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의 흑17은 일부러 자기의 허점을 내보이면서 난투를 도모한 수순이다. "끊어 달라는 건데요. 이세돌이 끊어 주질 않을 겁니다."(김만수) 21의 자리에 나와서 20의 자리에 끊어 달라는 것. 그러나 그것은 백의 입장에서 뭔가 좀 꺼림칙하다. 과연 이세돌은 끊지 않고 실전보의 백20으로 두었다. 이렇게 되면 구리도 순순히 흑21로 연결하는 도리밖에 없다. 이세돌은 백22로 몸조심을 했다. 구리의 흑23은 이것 역시 난투의 주문이다. 백더러 34의 자리에 끊어 달라고 유인하고 있다. "역시 안 끊어 줄 겁니다."(김만수) 이번에도 이세돌은 끊어 주지 않고 실전보의 백24로 자기 진영을 보강하면서 역으로 주문을 걸었다. 흑더러 참고도1의 흑1 이하 15로 살라는 주문. 하변의 흑을 살려주고 대신 백16으로 끼워 좌변을 통째로 차지할 심산이다. 그 코스는 무조건 흑이 지는 길이다. 구리는 하변을 살지 않고 계속 버티었다. 흑25로 진격하고 흑27로 중앙의 백대마를 슬쩍 위협해 본다. 이세돌의 백28은 몸조심을 한 수. 여기서 구리는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흑29로 연결했는데…. "구리가 배짱싸움에서 밀렸군요. 이건 승부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수순입니다."(김영환) 흑29로는 참고도2의 흑1에 한번 더 버틸 자리였다. 만약 백이 2로 받아 준다면 그때 흑3으로 연결한다. 이 코스였으면 아직도 백이 약간은 신경이 쓰이는 진행이었을 것이다. 실전은 백30을 두게 되어 백의 걱정 근심이 모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