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간의 벽을 넘어서 1등 기업들끼리 손을 잡는 `이(異)업종 제휴`가 활발하다.
이들 기업들은 성장에너지의 고갈로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거나 치열한 마케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서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업무제휴를 넘어서 공동기술개발, 수익배분과 조직공유 등 포괄적으로 손을 잡고 있어 관련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휴는 IT업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메모리, 통신장비, 백색가전 등 모든 주력사업에서 국내 1위업체인 삼성전자는 20일 국내 최대 유선통신 서비스회사인 KT와 손을 잡고 차세대사업의 발굴에서부터 이익분배까지 협력을 모색키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의 핵심역량을 모아 차세대 시장에서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또 이동전화 최대 기업인 SK텔레콤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휴대인터넷 도입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한편 SK텔레콤이 추진하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에도 출자를 검토중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서버제공 회사인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KIDC)는 역시 서버운영 대행업체 중 가장 큰 인터넷제국과 손잡고 인터넷서버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많은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점유율을 더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제휴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공동 마케팅은 1등 기업간의 대표적인 협력 사례. 현대차는 올들어 클릭ㆍ뉴그랜저XG 등 신차를 발표할 때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애니콜, 디지털TV 파브 등과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스타벅스 커피는 디지털 제품과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복합 매장을 수십여 곳에 설치하기로 하고 일단 리빙프라자 선릉점 내에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을 지난 17일 오픈했다.
국민은행은 홈쇼핑업계 양대 회사 중 하나인 CJ홈쇼핑과 사이버상에서 공동마케팅을 벌이기로 했다. 은행 홈페이지(www.kbstar.com)에 CJ홈쇼핑의 인터넷 쇼핑몰(www.cjmall.com)을 운영, 은행 홈페이지 월 방문자 1,000만명과 쇼핑몰의 대형고객을 서로 활용키로 했다. 가전업계와 김치업계도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풀무원김치와 손을 잡고 판매 홍보전략을 공동으로 펴고 있다.
이처럼 1등 기업간에 업종의 벽을 넘어선 제휴와 협력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품개발이나 마케팅에서 최고의 역량을 갖고 있어 신성장 사업이 발굴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문이다. 공동 마케팅 전략에서도 최고의 기업끼리 서로간의 고객들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얻을수 있는 효과는 상당히 크다.
그러나 대부분 해당 사업부문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점에서 공정경쟁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옥화영 경쟁촉진과장은 “1등업체들간의 제휴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시장경쟁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