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 "도로 요금 못내" 생떼


거국 내각 출범으로 고강도의 추가 긴축을 앞둔 그리스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로 통행료 납부를 거부하는 '덴 플리로노'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사람의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어 가뜩이나 취약한 그리스 재정이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15일 보도했다. 덴 플리로노는 그리스어로 '나는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난 3월 아테네 북부의 소도시인 아피드나이에 있는 500m 규모의 도로에 정부가 통행료를 부과하자 이 구호를 앞세운 요금 납부 거부 운동이 일어났다. 현재 덴 플리로노는 일부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를 파괴하는 시위대가 나타날 정도로 격화하고 있으며 도심에서는 이를 본 따 버스나 지하철에 무임 승차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고 FT는 전했다. 덴 플리로노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어 국제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민자사업 방식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한 해외 건설사들이 통행료를 제대로 걷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호크티에프, 프랑스의 빈치, 스페인의 페로비알 등 3개 회사는 30억유로를 도로 개선 사업에 투자했으나 현재까지 공사대금은 8억유로밖에 받지 못했다. 호크티에프는 "건설에 참여한 2개 도로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적 요금 납부 거부로 인해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의 오랜 골칫거리인 세금 체납도 점차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14일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악성 체납자와 법인 15만명에게 독촉장을 보내고 오는 24일까지 밀린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인구 1,100만명인 그리스의 전체 체납자(법인 포함)는 90만명에 달해 411억유로가 미납되고 있다. 세금만 제때 걷어도 재정위기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의 궁여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올해 그리스의 재정적자가 목표치인 170억유로를 넘어 190억유로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설령 증세 등을 포함한 긴축안이 실행돼도 국민들이 이를 거부하면 그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내분을 거듭하는 의회도 부담이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신임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의 2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신속히 경제 개혁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리스 제1야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는 이에 대해 "만약 과도정부가 새로운 긴축안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선언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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