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교통사고 경상환자 입원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고시하는 방안이 결국 무산됐다. 소관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최근 법적 강제성을 띠는 고시 대신 행정지도로 가이드라인의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이번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보험분쟁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으로 라이드라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24일 손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해양부는 고시 대신 행정지도 형태로 자동차 경상 환자 입원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보험사와 의료계에 배포했다.
가이드라인 내용은 지난해 하반기 가톨릭대에서 만든 가이드라인과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환자의 증상에 따라 구체적인 입원일 수를 규정하지는 않고 증상을 몇 단계로 분류해 특정 단계부터 입원할 수 있다는 대략적인 기준 만을 열거했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였던 가이드라인의 법적 성격은 행정 제재 수단이 없는 행정지도로 가닥이 잡혔다. 정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이 염려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일부 먹힌 셈이다.
국토부는 다만 이 가이드라인을 보험 분쟁 때 심사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의료계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더라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심사할 수 있게 된 만큼 '절반의 승리'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대형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점은 문제"라며 "하지만 분쟁시 가이드라인이 효력을 갖도록 만든 점은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의 내용 측면에서 보면 예외규정이란 형태로 주관적 요소가 강한 의사 재량권에 너무 힘이 실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가이드라인의 존재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법적 성격을 따지기에 앞서 가이드라인이 의료 행위를 제한하는 근거로 전락할 거라는 거부감이 강해서다. 이미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