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사모펀드 매수 확대… 바닥 신호?

5거래일 687억·2,759억 순매수 "스마트 머니"
일부 "투심 회복엔 역부족… '이삭줍기' 가능성"


코스피지수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던 1,500선이 붕괴된 뒤 연기금과 사모펀드의 매수세가 확대되고 있어 증권가에 바닥권 논쟁이 뜨겁다. 증시에 공포심리가 팽배해져 있을 때 중장기적 투자관점을 갖고 저가매수를 노리고 유입되는 스마트머니가 늘고 있는 점을 바닥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연기금 및 사모펀드가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증시에 바람직하지만 눈에 띄는 반등세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연기금ㆍ사모펀드, 스마트머니 되나=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연기금과 사모펀드가 꾸준히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다. 연기금은 최근 5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687억원의 물량을 사들였고 사모펀드는 같은 기간 2,75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전까지 꾸준히 물량을 정리하며 관망세를 취했던 것에 비하면 포지션 전환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이들 매수주체의 입장변화를 현 지수대를 바닥으로 인식한 스마트머니로 해석하고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스마트머니의 역할은 중장기적 자금운용이 가능한 연기금이었는데 연기금은 지난 상반기에 이러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특히 최근 들어 금융환경이 변하면서 사모펀드가 적립식펀드의 바통을 이어받아 매수세력으로 등장해 새로운 스마트머니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연기금이나 사모펀드가 대체로 시장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세력이 스마트머니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특히 연기금의 경우 이미 주식비중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만큼 추가적인 매수세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큰 기대는 말아야=두 매매주체의 매수세 강화는 늪에 빠진 증시에 도움은 되겠지만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악화된 시장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증시전반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연기금의 등장이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외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다만 현 지수수준이 낮다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돼 있는 만큼 이들의 존재는 1,450선대에 형성된 지지선을 사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한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매수세가 스마트머니가 될지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연기금의 매수세를 과장되게 혹은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며 “증시환경에 근본적인 개선이 없는 한 연기금은 자금을 집행하더라도 지수가 떨어질 때마다 시장에 개입하는 ‘이삭줍기’식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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