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용두사미' 우려

가스공사등 대어급 빠져
금융기관 포함해 20!30곳에 그리듯

당초 기대와는 달리 민영화 대상에서 일부 금융공기업을 제외하고 가스공사 등 ‘대어(大魚)급’이 사실상 빠지면서 공기업 민영화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발표될 공공기관 민영화 계획을 보고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태산이 요동쳤으나 결국 잡은 건 겨우 쥐 한 마리뿐인 것처럼 겉만 요란했지 실속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완전 민영화 대상은 에너지ㆍ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의 자회사가 대부분인데다 그 수도 금융공기업을 포함해 20~30개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독점성이 큰 공기업의 경우 민영화 뒤 수반될 요금인상 등의 우려가 커지는데다 실제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너지공기업을 민영화할 경우 누리꾼들 사이에 퍼졌던 ‘수돗물 괴담’ ‘건강보험 괴담’ 등과 유사한 괴담이 급속도로 확산돼 불안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는 점도 걱정거리이다. ◇공기업 민영화, 대어급이 없다=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시장성과 기업성이 강한 공공기관은 DJ정부 때 대거 민영화됐다”며 “추가 민영화 대상 기업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일각에서 민영화 대상 기업 수를 50~60개, 또는 60~70개라고 추론하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적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너무 적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까 우리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최초 작성했던 민영화 우선검토 대상기업은 모두 99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관 중 기업 성격이 강한 곳 73개와 공공기관 지정이 유보된 공적자금 투입기관 26개가 대상이었다. 이후 부처 간 논의와 검토를 거친 결과 완전 민영화 대상은 20~30개 정도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공기업을 빼고는 대어급도 빠졌다. 금융공기업과 에너지ㆍSOC 공기업의 자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경우 발전자회사를 뺀 한전KPS와 한국전력기술ㆍKDN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SOC공기업 자회사의 경우 코레일투어와 코레일유통 등 철도공사의 산하 자회사 5개, 제주공항, 안산도시개발 등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과 88골프장ㆍ뉴서울골프장도 소유권 민영화 대상으로 꼽혔다. 경영권만 민영화하는 곳은 10개 이내로 압축됐다. 인천공항공사ㆍ도로공사ㆍ항만공사 등 SOC 관련 공기업이 대상이다. 경영권 민영화는 정부가 지분은 보유하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이나 싱가포르의 테마섹과 같은 지주회사 방식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역시 소문난 잔치였나=기대했던 에너지공기업 등의 민영화가 빠지면서 공기업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 했던 기업들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스공사나 지역난방공사 등의 민영화에 관심을 갖고 인수를 준비해왔던 A기업의 한 관계자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해봤는데 역시나였다”고 말했다. 그나마 10개 이내의 SOC공기업이 운영권만 매각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민간기업의 한 관계자는 “도로ㆍ항만ㆍ공항 등 SOC공기업들의 운영권만 매각해도 관심은 있다”면서 “관건은 이익의 분배와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운영권만 매각할 경우 요금 등에 대해 정부의 간섭이 불가피할 텐데 만약 경영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부분이 있으면 이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얼마 이상의 이익은 가져가지 못한다고 못박는다면 운영권 확보에 관심을 가질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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