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파동은 일단 피했지만 정부의 원칙 없는 할당관세 운영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삼겹살 할당관세를 둘러싸고 정부와 양돈농가가 벌이던 협상이 지난 1일 자정께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초유의 '금겹살 파동'은 피하게 됐지만 소신 없는 정부의 할당관세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한양돈협회는 1일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당초 7만톤이었던 삼겹살 무관세 수입물량을 2만톤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삼겹살 할당관세 문제가 불거진 것은 3월 정부가 삼겹살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장한 직후부터다.
당시 돼지고기 가격은 안정세를 찾고 있었지만 정부는 행락철을 앞두고 공급부족이 우려된다며 돼지 630만마리에 해당하는 수입 삼겹살 7만톤에 대해 무관세 수입기간을 3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돼지고기 가격하락을 우려한 대한양돈협회는 거세게 반발하며 국산 돼지고기 출하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정부는 할당관세 합리화를 내세우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돼지고기 출하 중단 하루 전에 정부안을 대폭 양보했다.
정부는 또 돼지고기 값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민간의 자율적인 비축지원자금 1,000억원을 조성하고 대한양돈협회와 정부가 상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동 대응하자는 내용도 이번 합의문에 담았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출하 중단에 따른 농가와 소비자들이 피해는 막게 됐지만 정부의 아리송한 할당관세 운영정책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할당관세를 연장한 것이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고 할당관세 연장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다가 결국 물량을 대거 양보한 것도 원칙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구제역 파동을 겪은 정부가 지나치게 선제적인 물가 정책을 펼치다가 정책 신뢰성을 잃어버리는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한계 물량 7만톤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며 일단 2만톤을 수입한 후 수급 불안이 있을 때 생산자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로 물량을 들여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