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建保 공급자위주 의료 고쳐야”

정부의 보험약 등재 및 보험약가 관리방식이 의료비 증가를 주도해온 의료계ㆍ제약업계 등 공급자 입장에 치우쳐 국민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 정부가 최근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마친 카피(복제) 약의 보험약가를 오리지널 약의 80%까지 인정해주기로 한 것은 지나친 제약업계 봐 주기며, 경쟁력 없는 제약사들의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4일 주최한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계ㆍ제약회사 등 공급자가 주도해온 의료시스템 때문에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건강보험이 재정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재정 절감하려면 대체조제를 활성화해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가입자인 국민의 편에서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면서 “공단이 의약품ㆍ진료재료 구매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진현 인제대 보건행정학부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도 보험등재 품목을 가격대비 효능이 우수한 5개 정도로 제한하되 가격대비 효능이 더 우수한 품목이 나오면 기존 등재품목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정책제언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대선공약(건강보험공단의 보험가입자 대표역할 강화), 보험가입자 대표자의 한 축인 시민단체의 입장과 부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의료계ㆍ제약업계가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1만7,000여 품목에 이르는 보험약에 대해 일일이 적정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의사의 처방권 침해 논란, 제약사ㆍ도매상의 반발이 엄청나 수용하기 힘들다”며 “중요한 것은 고가 오리지널 약 처방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의 구매자 역할 수행이 지난해 말 현재 2조5,700억원이나 되는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건보재정을 건실화하고 국민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커 새 정부에 의해 채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복지부가 보험약가를 인하해도 제약사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실효성이 없어진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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