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갈수록 지갑 안연다

민간소비지출 증가율 1년반來 최저…체감경기 바닥 못 벗어나
소득도 상-하위 격차 7.8배…양극화 심화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올해 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의 지갑 사정이 좋지 않으니 소비가 늘지 않고 체감경기도 나아질 리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저성장 지속으로 빈부간 소득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어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소득간 괴리 여전=현재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의 격차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 실질 GDP 성장률은 4.7%, 실질 GNI 성장률은 2.9%로 차이가 0.8%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ㆍ4~3ㆍ4분기에는 각각 전년동기 대비 5.4%, 1.9%로 격차가 지난해에 이어 3.5%포인트에 달한다. 특히 실질 GNI 증가율은 지난 1ㆍ4분기에 전 분기 대비 -0.6%를 기록, 오히려 소득이 줄었다. 또 2ㆍ4분기에는 1.4%로 GDP 성장률(0.8%)을 잠시 웃도는가 싶더니 3ㆍ4분기에는 0.0%를 기록하며 다시 주저앉았다. 경제성장에도 소득이 한푼도 늘지 않으니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실제 경기는 바닥 수준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실질 국민소득이 늘지 않는 이유는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실 때문이다. 반도체 등 주력수출 품목들의 수출단가는 계속 떨어지는 데 반해 원유를 비롯한 기초 원자재의 수입단가가 크게 오른 것. 실질무역손실은 2004년 4ㆍ4분기 7조원에서 지난해 분기별 9조5,000억~13조9,000억원 수준으로 늘더니 올해는 1ㆍ4분기 16조8,000억원, 2ㆍ4분기 16조8,000억원, 3ㆍ4분기 18조8,000억원으로 더 악화됐다. ◇서민 체감경기는 더 악화=국민들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민간소비도 둔화되고 있다.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1ㆍ4분기 0.5% 증가한 후 1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승용차ㆍ휴대전화 등 내구재 지출은 괜찮은 편이었으나 의류 등 준내구재와 식료품ㆍ휘발유 등 비내구재 소비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마디로 서민들이 주로 구입하는 소비 제품의 판매가 부진했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보인 가운데 소득 양극화 현상까지 가세하면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서민들이 주로 맞고 있는 것.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3ㆍ4분기 소득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41.1%를 차지한 반면 하위 20%는 5.3%에 불과해 소득 차이가 7.8배에 이른다. 소득 차이는 2003년 7.2배에서 2004년 7.3배, 2005년 7.5배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안길효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유가가 3ㆍ4분기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4ㆍ4분기 실질 GNI 증가율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간 5% 성장률은 낙관=이처럼 체감경기는 얼어붙었지만 실질 GDP는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3ㆍ4분기 GDP 속보치는 0.9%였으나 이번 잠정치는 1.1%로 수정됐다. 지난해 2ㆍ4분기부터 국민소득 통계를 속보치와 잠정치로 나눠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0.2%포인트 편차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추석 연휴가 지난해에는 9월에 있었으나 올해는 10월로 바뀌면서 9월 산업생산과 서비스생산 실적이 당초 예측을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4.8% 성장했다. 또 1~9월 누계로는 5.4% 성장, 4ㆍ4분기 실적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연간 5% 성장률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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