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재가 '상형문자' 로

황영성 화백 개인전 23일부터 갤러리 현대서

초가집ㆍ소ㆍ나무 등 목가적이고 향토적인 소재가 상형문자로 둔갑해 캔버스에 새겨졌다. 12간지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반복되는 사각 틀 안에 간결하고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는가 하면 온 가족이 모여서 하루에 있었던 일을 속삭이는 듯한 장면들도 눈에 띈다. 캔버스를 가득 메운 각각의 캐릭터는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콘의 모습을 하고 있어 클릭하면 금방이라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 것만 같다. 광주화단의 중견인 황영성 조선대 명예교수가 근작들을 모아 갤러리 현대에서 23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일상에서 찾은 소재를 단순화하는 작업으로 자신의 화풍을 개척해 온 황 화백의 이번 전시에는 이미지를 사전적으로 열거해 놓은 작품이 다수로 표현의 간결함과 반복적인 이야기 구조가 특징.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인간의 감성을 배제하고 절제돼 있어 평범하면서도 소박하고 고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시에는 최근 3년간 작업한 작품 60여점이 선 보인다. 이야기가 있는 그의 작품은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은하수’ ‘낮에 나온 반달’ 등 어른들에게도 친숙한 동요 가사를 100호 크기의 캔버스에 풀어냈고, 푸른 하늘과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는 시골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엮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편의 시처럼 펼쳐진다. 젊은 작가 못지않은 새로움도 엿보인다. 유채와 캔버스에서 벗어나 철ㆍ유리ㆍ알루미늄ㆍ실리콘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했다. 올해는 5월 이탈리아 나폴리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데 이어 10월에는 독일 드레스덴 미술관, 이탈리아 토리노의 칼리나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예정하는 등 해외 활동도 잦아졌다. 작가는 “광주에 있는 증심사 법당에 모셔진 오백나한들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았으면서도 똑같은 크기로 배치돼있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천차만별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세상살이를 정형화 된 틀 속에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02)734-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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