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여러 곳에서 교수들의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학교에서 성추행 등으로 해임된 일부 교수들이 적반하장 격으로 재임용과 위자료 등을 요구하며 소송까지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피해 학생에 대한 반성은 커녕 자신의 복직만을 염두에 두는 것은 몰염치한 행위"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A대학 B교수는 지난 2011년 제자 성추행과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돼 학교로부터 해임됐다. B씨는 당시 자신이 가르치던 여제자에게 "나 같은 남자를 만나라"거나 "유부남을 만나라. 피임만 잘하면 된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하고 허리나 허벅지, 엉덩이 등 신체 등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은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이 문제가 되자 대학측은 B씨의 재임용을 취소했다. B씨의 부실한 연구실적도 해임 사유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B씨는 되레 "해임처분은 지나치다"며 해임처분 무효소송을 냈다. 또 위자료를 달라는 소송도 함께 제기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초 항소심 판결을 통해 B씨의 해임처분은 타당하고 위자료도 줄 필요가 없다며 학교측의 손을 들어 줬다.
지난 2012년 대학원생인 여제자들을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또 다른 대학의 C교수는 대학을 상대로 해임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C씨는 논문을 지도한다거나 동료 교수를 소개해 준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술집이나 단란주점으로 불러내고 학생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 손이 얼마나 작고 귀엽냐? 한번 느껴봐라"고 말하며 손을 잡거나 "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안 생기느냐"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다. 이 밖에 수시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영상이나 성적인 농담이 담긴 이메일을 학생들에게 보낸 데 이어 허리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추행을 일삼아 학교로부터 해임됐다. C씨는 이후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교수들의 퇴출 여부를 최종 심사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도 피해 학생들보다는 가해 교수 진술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 탓에 일탈 교수들의 복직을 위한 절차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09년 D대학 E교수는 자신이 속한 학부의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여학생의 허벅지를 더듬고 강제로 키스한 사실이 적발돼 해임됐다. 이에 E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했고 위원회는 E씨의 소명을 근거로 대학의 해임처분이 적법하지 않다며 이를 취소했다. 피해 여학생 등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E씨의 복직을 허용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대학측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이 E씨의 복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막판에 제동을 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