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의 부활을 꿈꾸는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옛 소련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독설을 날렸다.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TV 방송으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소련의 악명높은 첩보기관인 KGB 출신인 그는 "2차대전 이후 우리(옛 소련)는 동유럽 국가들에 우리의 발전모델을 힘으로 전파하려 했지만 안 좋게 끝났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그런데 지금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화살을 미국에 돌렸다. 그는 옛 소련을 답습하는 미국의 이 같은 시도 역시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은 스스로를 세계 권력의 중심으로 보고 다른 국가들을 잠재적 동맹국이 아닌 속국으로 취급한다"면서 "러시아는 그런 국제관계 체제에 머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제국(소련)을 부활시키려는 야망이 없다"면서 "우리는 누구도 적으로 보지 않으며 서구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서구와 러시아의 "관계가 훼손된 것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당 시간을 경제 관련 현안을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러시아 경제가 2년 내에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하며 "루블화가 안정을 찾는 등 러시아 경제가 최악은 벗어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대해서는 "지난해(GDP 대비 0.5%)보다는 재정적자가 늘겠지만 3.7%까지는 허용 가능한 범위"라며 "긴축재정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국민에게 고통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이래 13회째를 맞은 올해 푸틴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는 3시간 만에 300만개 이상의 질문이 실시간으로 접수됐으며 푸틴 대통령은 4시간여에 걸쳐 경제·외교부터 러시아 국민들의 가정 문제 고민에 이르는 약 60개의 질문에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