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빼곤 10大품목 모두 고전

■ 수출 늘어도 단가는 떨어졌다공급과잉에 경기침체 겹쳐 하락 가속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단가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전세계적인 경기위축으로 제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지난 90년대부터 시작된 철강ㆍ석유화학 등 상당수 업종의 과잉설비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휴대폰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전세계적으로 양산되면 즉시 가격이 급락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품목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가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 수출금액을 기준으로 상위 10개 품목은 정보통신기기ㆍ반도체ㆍ승용차ㆍ기계류 및 정밀기기ㆍ화공품ㆍ철강재ㆍ가전ㆍ석유화학ㆍ직물ㆍ섬유 등이다. 이 가운데 승용차를 제외한 모든 품목의 수출단가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승용차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중대형차의 수출비중을 높이면서 수출단가가 올라갔을 뿐이다. 품질경쟁력이 높아 더 비싼 값을 받고 수출하기 때문에 수출단가가 상승한 것은 아니다. 박양섭 무역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공산품의 가격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주력품목의 수출단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결국은 연구개발(R&D)ㆍ원가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 공급과잉에 경기침체 겹쳐 단가하락 부추겨 2000년 하반기부터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침체국면으로 돌아섰다. 미국ㆍ일본ㆍ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부터 계속 둔화되는 추세다. 경제성장 둔화로 선진국의 수요가 줄어들자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형성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수요위축을 불러일으키자 공산품의 국제가격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경기침체와 함께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수출단가 하락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99년부터 4년째 내림세다. 또 미국 등 다른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ㆍ타이완ㆍ홍콩 등 우리의 경쟁국들도 물가안정을 구가하고 있다. 물가안정으로 임금 등 기업의 원가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인하 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거시금융팀장은 "앞으로도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제적인 가격경쟁에 따른 우리의 수출단가 하락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주력품목의 국제 가격경쟁력 높아 수출단가 하락은 같은 수량을 수출하고도 과거에 비해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조성종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수출단가가 계속 떨어져 손해를 볼 정도라면 기업은 아예 수출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의 수출증가는 그만큼 우리 기업의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11월까지 휴대폰ㆍ반도체ㆍ자동차ㆍ컴퓨터 등의 수출실적은 이미 100억달러를 넘었다. 이 가운데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품목의 수출단가는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결국 수출단가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수출실적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 개별산업의 구조조정 가속화할 듯 수출단가 하락은 비단 우리에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공산품을 중심으로 공급은 늘어난 반면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가 위축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수출단가를 떨어뜨려도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업체는 살아남는 반면 그렇지 못한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박동철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한계기업이라도 일정한 기간 동안은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현상이 지속될 수는 없다"면서 "수출단가 하락은 국내 일부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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