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의 마지막날인 31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서울시 종로구 도렴동 골목안 식당들은 지난밤 사이에 들이닥친 철거용역들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고 해체된 모습을 스산하게 드러냈다. 한 직장인은 “광화문에서 직장을 잡은 이후 십수년간 이 골목 음식점을 이용했다”면서 “철거현장을 보니 손님들이 있는 중에도 이뤄진 듯 보인다”면서 참담함을 드러냈다.
서울시 종로구 도렴동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외교통상부 건물 뒤편에 있는 한블럭짜리 꼬마동네로 인근 정부종합청사, 직장인들의 점심과 저녁을 책임지던 곳이다. 인근 종로, 무교동 지역에 비해 동네 규모는 적지만 1만원안팎 수준에서 푸짐한 안주에 소주등을 마실 수 있던 목로주점의 집산지나 다름없던 지역이었다.
이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한 주민은 철거현장을 살펴보면서 “언제라도 재개발 철거가 진행될줄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벌어질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날 도렴동 일대 직장인과 공무원들은 점심끼니를 해결하는데 곤혹을 치렀다. 하루만에 식당 수십군데가 사라지다보니 평소 2~3분만에 식당을 찾아가 식사가 가능했던 것이 무려 30분이상 찾아 헤매고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수개월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도렴동 지역은 최근 서울시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에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변경지정되면서 22층짜리 초대형 업무용 빌딩으로 탈바꿈한다. ‘개발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면서 서울의 정겨운 뒷골목들이 사라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