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미분양 2만5,000가구 매입] 약발 있을까

매입가 낮고 대상 제한적 신청업체 많지 않을듯


정부가 20일 지방 미분양 해소대책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시장의 공급과잉 탓’으로만 돌리던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자칫 주택시장의 미분양 적체가 건설업체의 줄도산은 물론 침체된 지방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방 미분양은 정부 공식 통계로만 지난 7월 말 현재 9만1,000여가구로 외환위기 직후인 10만2,000가구 수준에 육박했다. 특히 이중 94%가 지방 아파트라는 점이 지방 미분양 현상의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의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택공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부터 수도권 공공택지 중대형(전용 85~149㎡) 미분양 아파트 매입 사업에 나섰지만 신청건수는 19건에 그쳤다. 그나마 업체와의 가격협의 과정에서 실제 계약은 1건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의 경우 신청은 56건으로 다소 늘어났지만 최종 계약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업체들의 매도 희망가격과 주공이 사들일 수 있는 가격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주공이 제시하고 있는 매입가격은 ‘감정가와 분양가 중 낮은 가격보다 싼 값’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분양가와 감정가가 많게는 20~30%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이 이처럼 낮은 가격으로는 매각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공공기관의 매입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도 있지만 매입대상 아파트가 제한적이란 것도 걸림돌이다. 주공이 아직 구체적인 기준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현재 수도권 미분양에 적용하고 있는 기준, 즉 ‘대규모 공공택지 내 아파트’가 우선 매입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중 우선 매입대상은 ‘준공단지’여서 광주 수완, 부산 정관 등 아직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택지 아파트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로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만3,163가구에 불과하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민간택지 소규모 단지 등은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어 실질적으로 매입대상에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 투기지역 해제의 경우 그 동안 중대형 아파트 수요위축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대출규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 실수요의 숨통을 어느 정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6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60%로 높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도 배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ㆍ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세제 장벽이 남아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분양 해소를 공공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매입임대 요건 완화 등 시장기능 활성화로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융자금 지원 외에 비과세 요건 완화 등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입임대사업 요건만 완화해도 시장에서 상당수 미분양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