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00세 시대] 돈이 되는 여가

체계적 교육 받고 오랫동안 즐긴 취미
프로수준 올라 소득창출 기회도 생겨


여가를 즐기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래 살게 된데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사·단순노무 같은 시간 소모적인 노동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가에 투자하는 비용 역시 같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가 비용의 증가는 60세 이상 고령자에게서 두드러진다. 실제로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우리나라 가구의 2003년 이후 최근 10년간 총소비는 27%가량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오락문화 등 여가와 관련된 지출규모는 36% 이상 증가했다.

여가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즐기려는 욕구도 함께 커지고 있다. TV시청이나 낮잠과 같은 시간 소모적인 여가보다는 좀 더 생산적이고 성취 욕구가 강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아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가가 단순히 즐기는 수준을 넘어 제2의 직업 혹은 제2의 인생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장수와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 그리고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 등을 감안하면 경제활동이 가미된 여가활동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60세를 전후로 경제활동을 완전히 그만두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균수명을 고려할 경우 은퇴 후에도 20~30년은 더 살아야 한다. 이 시간이 고스란히 여가 시간이 되는 셈인데, 문제는 빈곤율이 높아서 마음 편하게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지난해 발표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65세 인구의 빈곤율이 49%를 넘어섰다. 65세 이상 인구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층인 셈이다. 따라서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경제적 소득도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취미를 포함한 여가활동이 은퇴 후 노후를 맞는 고령자에게 주는 효과는 다양하다. 통상 은퇴 후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회적 관계 혹은 가족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외로워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가활동을 열심히하면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면서 외로움이나 우울증 같은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 여가는 정신적 건강 외에도 육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규칙적이고 정기적인 움직임이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랫동안 즐긴 여가활동은 자연스럽게 소득창출 기회와 연결되기도 한다. 은퇴 후 할 일이 없어 서울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본 모습과 느낀 감정을 편하게 웹사이트에 올리다 프리랜서 작가가 되기도 하고, 평소 즐겼던 목공예가 이제는 이웃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 제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여가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적으로 준비하거나 관련 교육을 받은 이후 장기간 체계적으로 즐긴다면 아마추어를 넘어 프로수준에도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득창출의 기회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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