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경제硏 분석
자본시장 개방으로 해외로부터 증권투자금과 은행차입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면 오히려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17일 '외국자본 유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38개국의 지난 1980~2006년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외국자본 유입은 크게 직접투자ㆍ증권투자ㆍ은행차입으로 나뉜다. 이중에서 직접투자는 성장 파급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증권투자나 은행차입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투자나 은행차입은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지나칠 경우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경향은 선진국일수록, 그리고 최근으로 올수록 두드러졌다. 외국계은행 국내지점 등을 통해 외화자금을 빌리는 은행차입 역시 경제성장과 상관관계가 약했다. 다만 직접투자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그룹과 유사했다. 증권투자금과 경제성장이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였으며 은행차입과 직접투자도 비록 통계상 의미는 작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금융발전 정도, 법ㆍ제도 선진화 척도, 기업경영 여건, 자본 수익률에 따라 외국자본 유입이 경제성장에 주는 효과를 따져 보니 앞으로 자본이 많이 들어와도 우리나라는 그만큼 경제가 성장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원은 "금융이 고도로 발달하면 자본이 들어와 실물 경제에 보탬이 되는 순기능은 약해지고 오히려 단기 수익률을 좇아 위험 요인이 커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제도나 경영환경ㆍ자본수익률 등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자본유입에 따른 성장 유발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증권투자나 은행차입 등 변동성이 큰 자본보다는 직접투자 등 안정적 자본 유입이 늘어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