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선임 사무장 이향정 인터뷰

"10시간 비행뒤에도 강의는 꼭 들었죠"
10년간 '주경야독' 경희대 관광학 박사 취득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박사학위를 받은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 경희대 호텔관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향정(36)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선임 사무장은 19일 “회사라는 커다란 울타리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주윗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겸손을 잊지 않았다. 이 사무장은 “평범한 생활에서 벗어나 뭔가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자연히 비행하면서 관광하는 것을 좋아해 이 학문을 선택하게 됐다”며 “특히 고교 시절 갑상선이 좋지 않아 약물ㆍ통원치료를 병행하느라 학교 공부를 소홀히해 학업에 미련이 남았기 때문에 공부를 더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간의 주경야독 끝에 관광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회사에서 ‘또순이’로 통할 정도로 야무지다. 이런 스타일은 자연히 도전의식으로 이어져 박사학위 취득의 문을 두드린 지 10년 만에 학위를 따내게 된 것. “솔직히 오늘의 저는 대한항공의 도움 없이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항공 승무원이라는 타이틀이 있었기에 고난을 뒤로 하고 비행과 학문을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힘들 때는 회사를 생각하고 이를 악물며 어려움을 물리친 것 같아요.” 실제 그는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을 다녀와서 유니폼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곧바로 학교로 달려가 수업을 들을 정도로 학교에 충실했다. 특히 시간활용을 위해 휴가를 수업에 맞춰 석ㆍ박사 과정 때는 90% 이상 출석했다고 한다. 지난 2004년 박사과정 2학기 때는 수업을 하루에 몰아 신청,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12시간 꼬박 강의를 듣기도 해 독종 승무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했다. “국제선 비행을 나가 아름다운 도시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토막잠을 자면서 리포트를 작성하고 밀린 공부를 해야 할 때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단하면 저의 도전정신이 무너지는데다 대한항공에도 누를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 밀린 피로를 뒤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석사 때 성적우수장학금을 두 번 받고 최우등으로 과정을 마쳤으며 박사 과정 때도 한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 기내방송 A등급에 이어 영어 정2급과 일본어 정3급 자격증도 갖고 있다. “열심히 근무하면서 기회가 주어지면 모교에서 후배양성도 하고 싶습니다. 또 비행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연애는 꿈도 못 꾸었으나 이제는 연애도 해야지요.” 부산 출신으로 ‘3B(brainㆍbeautyㆍbehavior)’를 갖춘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이 사무장은 89년 인하공전 항공운항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방통대 편입과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석ㆍ박사를 마친 베테랑으로 현재 국제선 팀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