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 가히 경제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유럽단일통화(유러화) 출범에 맞춰 막바지 준비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유러화 강세 여부가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유러존에 참여할 유럽 11개국 중앙은행 총재 및 재무장관들은 오는 31일 벨기에에 모여 유러화와 유럽 각국 통화간 환율을 고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유러화-달러화, 유러화-엔화의 환율은 고정환율제로 할지, 목표환율제로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러화가 강세냐 아니면 약세냐에 따라 세계경제의 모습도 달리할 것이라는 점에서 유러화의 강세 여부는 전세계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유러화 강세가 세계경제의 안정성을 배가시켜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일본 대장성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재무관은 28일 프랑스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러화는 달러에 대해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각종 거시경제 지표들이 유러화 출범과 함께 강한 통화 유지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는 유럽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러화 강세 전망의 가장 큰 근거는 미국경제 성장율의 하향 추세이다. 올해 3.5% 성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경제는 내년에 성장율이 1.5%로 떨어진 후 2000년에도 2.2%선에 머물 전망이다. 또 미국의 자본수지가 기록적인 적자를 보이면서 미국 금리가 하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달러화 약세, 유러화 강세 전망의 또다른 근거가 되고 있다.
안정된 통화 출범으로 유럽 금융시장의 규모가 확대돼 미국에 집중돼 있는 세계 유동성이 두 지역으로 양분되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 일본 자본의 경우 정치, 경제적 요인 때문에 변동이 심하던 달러화에서 벗어나 유럽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카키바라 재무관은 『유러화 출범은 달러 위주로 된 세계 통화시스템의 근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강한 유러화 탄생으로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선진국 중앙은행간 공조체제 가동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미 하버드대 데일 요겐슨 경제학교수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응, 서방 선진 7개국(G7)간의 정책협조를 용이하게 할 것』이라며 『G7이 점차 G3 체제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작 유러화 환율체계는 EU 정치권과 중앙은행간 의견이 맞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유러화가 달러화에 대해 고정 또는 목표 환율을 갖기를 희망하는 반면 중앙은행은 어떠한 고정환율체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유러화 도입 이후 미국과 유럽간 금리 경쟁에 따라 유러화 환율이 결정될 전망이다. 【문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