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40년이라는 짧은 시일 동안 세계 5위 생산국으로 도약하고 국내 제조업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경제 버팀목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동차산업을 이끌어 온 부품 기업의 역할이 완성차 업체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최대의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는 선진화된 글로벌 경영과 혁신경영을 도입,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자동차전문잡지인 미 오토모티브가 발표한 주문자상표생산(OEM) 매출 기준'자동차부품업체 글로벌 톱100'에서 19위에 올라 처음으로 20위 이내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글로벌 경영과 해외수출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9년 현대모비스는 국내 자동차산업에 처음으로 모듈화라는 선진 생산방식을 선보이고 국내에서의 모듈생산을 본궤도에 올렸다. 2002년부터는 현대ㆍ기아차와의 해외 동반진출을 추진, 중국 장쑤에 해외 첫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천리마·프라이드·스포티지 등에 섀시모듈과 운전석모듈을 공급하는 이 공장은 초기 13만대에서 최근 연간 30만대 규모의 신규공장을 추가 건설해 연간 43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중국에 설립한 두 번째 모듈공장인 베이징모비스도 6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 현대모비스는 중국에서만 모듈 생산 100만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는 미국 앨라바마, 오하이오 외에 인도와 슬로바키아, 체코 등에도 모듈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미국 조지아와 러시아에도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성공적인 공략으로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에도 현대모비스는 견실한 실적을 이어갔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매출 7조4,522억원, 영업이익 1조725억원을 달성했다. 환율효과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신차종에 대한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공급과 해외 이머징마켓에 대한 효율적인 공략이 주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대모비스의 경영화두는 '혁신'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26대 혁신과제를 선정, 이 과제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통한 회사 전반의 낭비요소를 개선하고 신수익모델 창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본부 주관으로 진행중인 '광개토 프로젝트'는 현대기아차 납품구조에서 벗어나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를 고객사로 삼아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진정한 글로벌 부품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야심찬 기획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무엇보다 주력하는 것은 기술혁신이다. 자동차 모듈부품 기술과 생산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일본, 독일 등 선진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원천기술 확보가 최대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하이브리드 핵심기술·지능형 자동차기술·센서기술 등 미래 신기술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핵심부품인 구동모터와 통합 팩키지모듈(IPM)을 양산하는 한편 친환경자동차용 배터리팩 생산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으며, 현대오토넷과의 합병을 통해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회사의 기술혁신 글로벌 시장공략 노력은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북미 빅3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그룹에 모듈 공급을 개시한 현대모비스는 유럽 폴크스바겐, 중국의 화타이기차, 난징기차(南京汽車) 등에 조향(스티어링 칼럼)·제동(ABS·ESC 등 브레이크 시스템)ㆍ에어백·조명 등에 관련된 핵심부품을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유럽의 다임러 및 폴크스바겐과 1억5,000만달러 상당의 부품 공급계약을 맺는 등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같은 성과를 발판으로 2015년까지 전체 매출 중 해외 완성차에 대한 수출비중을 현재의 10%에서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