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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007년 신년사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정상의 발치에서 주저앉을 것이나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미래의 도전에 성공한다면 정상의 새 주인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세계의 인재들이 삼성에서 마음껏 발상하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경영시스템과 제도의 개혁은 물론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온 기업문화까지 시대적 변화에 맞도록 바꾼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해외기업들의 삼성 견제가 더욱 심해지고 중국 등 후발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에 안주하면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 회장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화두로 '창조경영'을 제시한 이후 창조경영은 삼성 경영의 핵심 키워드이자 혁신의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과거의 빠른 추종자 전략으로는 지속적인 고성장과 고수익을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개척자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창조경영이 필수적이라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이에 삼성은 임직원들이 열정과 재능, 창의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창의개발연구소' 제도를 도입했다.
'창의개발연구소' 제도는 임직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과제로 선정되면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태스크포스(TF)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제품이나 사업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안이 가능하고 최대 1년까지 TF 활동을 할 수 있다. 과제 실패에 대한 책임은 없으며 과제 결과에 따라 시상 등 특전을 부여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창의개발연구소는 신세대들의 끼와 재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회사의 창조적 경영성과로 연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건설적인 실패를 용인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의개발연구소의 첫 번째 과제로는 전신마비로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개발 과제'가 선정됐다.
시중에 판매 중인 안구마우스의 가격이 매우 비싸 많은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부담 없는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한 보급형 제품을 개발한 뒤 제작 과정을 공개해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 결과 삼성은 지난해 장애인용 안구마우스인 '아이캔(eyeCan)'을 개발해 비상업적 용도로는 누구나 사용 가능하도록 일반에 공개했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은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과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인문학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는 프로그램을 올 초에 선보인 데 이어 향후 5년 동안 5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고 1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계획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부터 5년간 1,700억원을 투입해 5만명의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한다. 대학생 1만명, 초중고생 4만명이 교육 대상이다.
26개 대학 전산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2,500명은 3ㆍ4학년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으면서 전문가 과정 교육을 받게 된다. 전공이 소프트웨어와 상관 없는 대학생 5,000명은 비전공자 양성과정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삼성SDS의 '에스젠클럽' 등 계열사들이 운영중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5년 동안 2,500명을 양성한다. 연간 250명이던 교육 대상을 500명으로 2배 늘린 것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도 설립돼 4만명이 교육을 받게 된다. 어려서부터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지고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삼성은 내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청소년 대상 교육과정과 교재 등을 맞춤형으로 개발한 뒤 올해 시범적용을 거쳐 전국 500개 학교로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도 확대해 올해부터 매년 2,000명 이상, 5년간 1만명 이상을 채용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에 매년 1,500명을 채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30%가량 늘어난 규모다.
올해 인문학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도 연 200명 규모에서 4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래기술 육성에 10년간 1조5,000억 출연 삼성그룹은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창의적인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출연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미래 준비가 절실한 시점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국가 산업기술 발전과 혁신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올해 3,000억원을 우선 출연하고 오는 2017년까지 5년간 총 7,500억원을 투입한다. 이어 개선사항을 보완해 2022년까지 추가로 7,5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한 미래 노벨과학상 수상자 육성, 소재기술 육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창의과제 지원 등 3대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기금을 운영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는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선임됐다. 삼성그룹은 지난 8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삼성은 기초과학 분야는 공익재단인 미래기술육성재단이 맡고 소재기술과 ICT 융합형 창의과제는 삼성전자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설립하는 이원화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삼성은 미래기술육성재단에 10년간 5,000억원을 출연하고 미래기술육성센터는 소재기술과 ICT 융합형 창의과제 분야에 각각 5,000억원, 총 1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물리ㆍ화학ㆍ생명과학ㆍ수학 등 4개 기초과학 분야에서 미래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신하고 잠재력 있는 신진ㆍ중견급 연구자와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혁신적인 리더급 연구자를 응모 및 지정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은 미래기술육성재단과 미래기술육성기금 모두 대학 교원, 국공립 연구소와 기업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응모 과제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의 미래기술 육성프로그램은 8월 사업 공고, 10월 과제 선정, 11월 과제 협약 체결의 일정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