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를 비롯한 720만명의 상인들이 3ㆍ1절을 맞아 일제상품불매운동에 들어간다. 첫 단계인 궐기대회 장소가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된 종로 탑골공원이라니 그 의미가 사뭇 깊다고 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물론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과거의 식민지배를 반성하기는커녕 독도 침탈을 합리화하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책동을 보면 '제2의 물산장려운동'이라는 이번 불매운동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문제는 일제상품불매운동이 초래할 실질적 효과에 있다. 운동이 성공할지 여부도 의문이거니와 설령 단기적으로 결실을 거두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비슷한 불매운동이 성과를 낸 적이 없다. 일제상품을 쌓아두고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까지 한 적도 있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단기행사에 그치고 양국 국민의 감정만 상했을 뿐이다.
물론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베 신조 총리 등장 이후 노골적인 침략 미화로 한국인들의 감정이 들끓는 가운데 불매운동 대상도 맥주와 담배ㆍ의류에서 전자제품ㆍ자동차까지 망라해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속은 후련하더라도 경제에 주는 타격은 불가피해진다. 해양영토 분쟁으로 중국에서 일제불매운동이 일었던 지난해 일본의 대중무역수지 적자가 2배로 커진 이면에는 중국의 대일본 수출도 17% 감소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보다 경제규모가 작고 대일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불매운동으로 감정대립이 격화한다면 피해는 중국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경제적 타격이 없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자칫 일본의 극우세력이 의도하는 대로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 걸린다.
불매운동의 성패가 둘 다 문제를 안고 있다면 답은 차분하게 실리를 찾는 데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3ㆍ1절 축사에서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역사직시→신뢰구축→화해와 협력의 미래'라는 접근방법은 논리적 타당성과 역사적 당위성을 지닌다. 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양하려는 열정을 감정에 싣기보다 미래창조의 에너지원으로 돌려야 할 때다. 그게 진정한 극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