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에 위치한 ㈜GMC 백운광산에 들어서자 외부의 무더운 날씨와는 달리 서늘한 기운이 엄습했다. 지프를 타고 폭 12m의 갱도를 따라 5분여를 내려가니 우윳빛 석회석 채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보기에도 깨끗하고 투명한 모습. 김병환 GMC 사장은 "불순물이 거의 없는 칼슘 덩어리나 마찬가지"라며 기자에게 석회석 시음(?)을 권했다.
이곳에서 채굴된 고백색 석회석은 충북 진천의 GMC 공장으로 보내져 제지용 중탄(GCCㆍ중질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다. 중탄은 고급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 쓰이는데 우리나라는 석회석 채굴량이 풍부함에도 중탄을 만들지 못했다. 석회석 원석을 나노(0.5마이크론 이하) 수준으로 초정밀 연마해 중탄으로 만드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 그동안 국내 중탄 시장은 사실상 스위스 '오미아'사가 독점해왔다.
하지만 토종업체 GMC가 2009년 중탄 생산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GMC는 절치부심 끝에 석회석 초분체 가공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백운광산을 바탕으로 국내 중탄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렸다. 한솔제지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에 연간 25만톤 규모의 중탄을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2018년까지 매출을 2,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GMC의 성공사례가 의미가 있는 것은 사양산업인 석회석 광산을 기술력을 통해 고부가가치로 만들었다는 점. 석회석은 쓰임이 300여곳이 넘지만 기술력에 따라 부가가치는 천차만별이다. 김 사장은 "제철소에 보내는 일반 석회석은 톤당 1만원을 받지만 중탄은 15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생리대 통기성 필름 등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초부가가치 석회석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광산은 420여개. 대다수가 비금속인 석회석 광산이고 금속광산은 5개정도다. 하지만 연 매출이 10억원도 안 되는 광산이 80%가 넘을 정도로 경제성은 좋지 않다. 그나마 정부가 국고 보조를 통해 숨통만 유지시키고 있는 광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석회석 가공이나 금속의 성광ㆍ제련 기술 개발로 고기능 제품을 생산, 광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신홍준 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처장은 "우리는 90% 이상의 광물 자원을 수입하고 있지만 수입국의 횡포를 막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국내 광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물자원공사는 백운 광산이나 신예미 광산과 같은 도전 사례를 늘리기 위해 광산 단계별로 기술ㆍ자금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공봉성 공사 자원기반본부장은 "자금융자 및 가공공장 설립 등을 통해 국내 광산 경쟁력을 키워 해외 자원개발의 전초기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