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고령화 가족] 철부지 식구들이 만든 가장 어른스러운 가족영화

불완전한 혈연관계 새끼들 먹이고 보듬어 식구에서 가족으로 만든 엄마의 힘 돋보여




“고만들 하고 밥 먹자.” 이 한마디에 아들 딸은 싸움을 종료하고 밥상 앞에 앉는다.

국 냄비 하나에 모두 숟가락을 대고 국을 퍼 먹는다. 개인 국 그릇도 없이. 위생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식구란 같은 집에서 살면서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고령화 가족’은 ‘고령화 식구’에 가깝다. 물론 영화에서 이 가족의 식사 장면은 셀 수 없을만큼이나 많이 등장한다. ‘고령화 가족’에게 밥이란 그리고 밥을 먹는 행위란 식구에서 가족이 되는 무의식적이고도 오랜 의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령화 가족’은 교도소에서 나온 장남 오한모(윤제문 분), 실패한 영화 감독 둘째 아들 오인모(박해일 분), 이혼만 두 번하고 딸(진지희 분)이 하나 있는 딸 오미연(공효진 분)이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노모(윤여정 분)의 집에 들어와서 끼니를 함께 하는 몇 달 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작의적일 만큼 가족을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엄마 아들 딸 손녀가 아닌 불완전한 개인으로 그렸다. 조카의 팬티를 머리에 쓰고 자위를 하다가 식구들에게 걸리는 큰 아들. 이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이지만 영화에도 결혼에도 실패한 둘째 아들. 이혼만 두 번을 하고 딸을 데리고 친정에 와서 “비구니처럼 살 거야”라고 선언하지만 이 집 딸 미연은 이내 고기 반찬을 맛있게 먹고 금새 남자친구가 생기고 남자친구와 집 앞 차 안에서 관계를 할뻔하다가 큰 오빠 한모에게 걸린다. 한모는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치한인 줄 알고 벽돌로 머리를 내리친다. 가족 이야기로는 상상이 불가능한 에피소드들이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코믹과 유머로 포장되고 이 코믹에 관객은 웃고 말지만 그 뒤끝은 아리송하다. 과연 웃어야 했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어야 했는지 멈칫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고령화 가족’에서도 이견 없이 공감할 리얼은 있다. 가족끼리 막말을 하며 싸우다가도 누구 하나가 다른 이에게 공격 받으면 언제 싸웠냐는 듯이 떼로 몰려들어 상대방을 때려 눕히는 협동심이 발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소설 마요네즈에서는 “가족은 안방에 엎드린 지옥이다” 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고령화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지옥처럼 처참하다. 그러나 엄마는 이 지옥 같은 가족을 계속해서 끌어안고 간다. 그리고 보듬고 밥을 먹이고 또 먹인다. 엄마 아빠가 제각각인 것을 모른 채 살아온 아들과 딸은 엄마의 먹이를 받아 먹고 식구가 되고 가족이 된다. 그렇게 엄마는 불완전한 혈연관계의 아들 딸을 식구로 그리고 가족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고령화 가족’이 가진 무게이자 그 어떤 가족 영화보다 어른스러운 메시지다. 5월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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