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월드컵 '특수' 큰기대 마세요"

2002년 한일월드컵 '성적표' 봤더니…
"축구 보느라…" 유통업체 내방객 줄어 매출 뚝
6월전후 산업생산·도소매업 지수도 일제 하락
"이번엔 한밤중에 열려 그나마 다행" 목소리도


오는 6월9일부터 열리는 독일 월드컵이 다가옴에 따라 월드컵 경제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들어 PDP TV 매출이 증가하는 등 소비특수 징후마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2002년 월드컵 당시를 보면 ‘반짝 효과’로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지난 2002년 6월의 경우 유통업체 매출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정반대로 뚝 떨어졌으며 소비자평가지수도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다만 이번 월드컵은 대개 한밤중이나 새벽에 열려 한일 월드컵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산업활동동향ㆍ소비자기대지수 등이 2002년 6월 전후를 기점으로 하강곡선을 그린 기억이 생생하다”며 “경기가 끝나고 2002년 월드컵이 소비 등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으나 성적표가 너무 좋지 않아 발표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2년 6월, 유통업체 악몽의 기억=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6월. 백화점ㆍ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은 내방객이 줄면서 매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되는 경험을 했다. 당시 산업자원부 자료를 보면 백화점ㆍ할인점의 내점객 수가 전년동월에 비해 5% 감소했다. 매출 증가율은 전년동월 대비 백화점 4.2%, 할인점 4.4% 등이었다. 백화점의 2002년 5월 매출 증가율이 전년동월 대비 10.3% 성장세를 기록한 점에 비춰보면 형편없는 성적표다. 특히 2002년 6월 한달 중 한국전이 있었던 7일간의 매출은 백화점ㆍ할인점 모두 전년동기 대비 15~20% 감소하기도 했다. ◇산업활동동향 등 경제지표도 일제히 하락=경제지표도 6월 전후로 일제히 하강곡선을 그렸다. 도소매업 판매액 지수의 경우 2002년 4월 116.5에서 5월 118.3으로 상승하다 6월에 112.8로 추락한 뒤 7월에는 111.9로 내려앉았다. 소비자지수도 비슷하다. 기대지수는 2002년 5월 109.1에서 6월 110.6을 기록하다 7월 107.8, 8월 106.2 등으로 하락했다. 전국의 산업현장도 멈춰 산업생산지수가 2002년 5월 112.3에서 6월에는 7.9% 하락한 103.4를 기록했다.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일손도 놓았던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월드컵 때도 2002년 한일 월드컵과 같은 현상이 나올 수 있다”며 “5월에는 소비가 다소 살겠지만 6월 이후에는 큰 폭으로 위축되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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