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강영재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매일 마시는 물·음료에 '1000원의 건강' 담았죠
컨설턴트로 인연 대표자리 올라 무알코올 맥주가 첫 작품
홍삼수·기능성 콜라도 선봬
클래식 들으며 스트레스 풀어 아내·딸과 콘서트 여는게 꿈



강영재(49ㆍ사진)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뼛속까지 모범생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사ㆍ박사를 거쳐 연구원과 경영컨설팅회사에 몸담으면서 모범생의 길을 걷던 강 대표는 40대 중반에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서울 서초동 하이트진로음료 본사에서 만난 강 대표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인상에 청년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흐트러짐 없는 모범생 옷차림에 깔끔하게 빗어 올린 머리, 반듯한 서울 말씨, 맑은 안색 등의 분위기로 봐서 그는 서울 토박이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 밖에 그는 부산 남자였다. 부산 사투리를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점으로 미뤄 짐작건대 컨설턴트를 거치며 자신의 지역색을 희석시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음료 회사지만 모기업이 하이트진로인 만큼 주류 기업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통상 주류 회사의 경우 주요 임원이나 대표는 수십년간 계속 일해온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로 선임된 그는 컨설팅 업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경영컨설팅 업체인 '엔플랫폼'에서 일하던 지난 2005년부터 하이트진로 담당 컨설턴트로 일하게 된 것이 인연이었죠. 당시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해 두 회사가 통합되는 과정을 제3자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국내 주류 산업이 큰 변화와 다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국내 주류 시장의 선두기업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2009년 하이트진로를 새 일터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다 컨설팅을 담당했던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강 대표는 "경제학ㆍ컨설팅ㆍ기업경영 등은 모두 상대만 달라질 뿐 문제 해결을 찾는 일관된 특징을 갖고 있다"며 "경제학이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의사결정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훈련이라면 기업경영은 매일 새로운 상황을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 해결의 연속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본 하이트진로그룹이 당면한 문제는 무엇일까.

올해 주류 성장률은 1% 수준에 그친 데 비해 음료 시장의 성장률은 3~5%라는 점에서 그는 솔루션을 도출해냈다. "몸의 70%가 수분인데 하루 종일 마시는 물과 음료로 고객에게 건강의 가치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고객에게 음료 하나로'1,000원의 건강을 제공하자'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음료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 현재 그룹에서 약 5%의 비중에 그치는 음료 부문을 3~5년 내 10%까지 올려놓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음료는 올해를 일반 생수회사에서 종합음료회사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삼고 주류와 관련된 음료ㆍ생수ㆍ건강기능음료 등 세 가지 아이템을 디자인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 0.00'은 주류와 관련된 음료로 분류되는 강 대표의 첫 작품이다. 유럽산 맥아 100%와 독일산 호프 100%를 사용해 씁쓸한 맛을 강조해 맥주와 맛은 거의 비슷하면서도 칼로리 부담이 없고 갈증을 해소해주는 맥주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중장년층과 여성의 재구매율이 높다. 10개월 만에 목표치의 2배인 600만 캔이나 팔려나갔다.

그는 최근 몇 년 새 국내 시장도 건전한 음주 문화와 개인의 취향을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무알코올 맥주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일본 맥주 시장의 경우 무알코올 맥주가 전체 맥주의 4%를 차지하고 일반 식당 내 무알코올 맥주 보급률이 80%까지 달하는 등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하이트진료음료는 올 4월부터 무알코올 맥주를 업그레이드해 알코올ㆍ당ㆍ칼로리 등 '3제로'의 '하이트제로제로제로'를 내놓고 일본에 수출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선보인'술깨는비밀(이하 술깨비)'은 알코올 분해 효과가 탁월한 마름이 들어 있어 기능성이 뛰어나면서도 자몽즙을 넣어 음료수 같은 느낌을 준 것이 특징이다. 강 대표는 "숙취는 해소에 앞서 예방이 더 중요하다"며 술 먹기 전에 섭취할 것을 권했다. 그는 "술 회사가 병 주고 약 주냐고 힐난할 수도 있지만 술을 매개로 희로애락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그룹의 이념"이라며 "'술깨비'의 후유증은 자칫하면 평소 주량의 2배까지 마실 수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간 국내에는 없었던 이색 콘셉트의 기능성 음료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새로 내놓은 '맑고진한홍삼수'와 기능성 콜라 '화이버콜라'는 신체 밸런스를 유지해주는 기능을 하는 제품들이다.

"홍삼수 한 병으로 정관장 환 15알을 먹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혈당 개선, 비타민 5종 등을 함유해 특허도 받았습니다. 콜라 시장 진출은 이례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음료 시장에서 콜라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종합음료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성이 충분한 아이템입니다. 화이버 콜라는 이름 그대로 식이섬유가 풍부해 500㎖ 한 병을 마시면 양상추 한 포기를 먹는 셈입니다."

강 대표는 생수회사 대표답게 몸소 '물 건강'을 지키며 살고 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외모는 이 같은 물 건강 덕분이라는 게 그의 팁이다. "보약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350ml 석수를 제일 먼저 마십니다. 하루 보통 1.5~2리터가량 물을 마시죠. 벌써 몇 년째인데 몸이 가벼워져 다이어트 효과도 볼 수 있어요."

강 대표의 주량은 소주 2병. 전날 폭음을 하고도 '멀쩡'한 편이라고 한다. '술깨비'로 미리 위장을 무장한 후 다음날 아침 생수 한잔과 매실을 섞은 '디아망' 탄산수로 속을 달래는 게 그만의 숙취해소 비결이란다. 강 대표는 "속이 안 좋고 배탈이 났을 때는 천연암반수로 만든 디아망에 매실 엑기스를 타 마시면 위장이 편안해지고 복분자 엑기스와 함께 마시면 즉각적인 피로회복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하이트진로음료가 종합음료회사로 자리를 굳히게 될 몇 년 후쯤 펼치고 싶은 숨겨놓은 꿈이 있다. 대학교 바이올린 교수인 아내, 피아노 치는 딸과 함께 강 대표가 어릴 적 즐겨 켜던 첼로까지 합친 작은 프라이빗 콘서트를 열어보는 것이다.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아내와 함께 클래식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는 그는 "만약 첼로를 전공했다면 (첼로에 소질이 없어) 지금의 아내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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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부산 ▲1980년 부산동고등학교 ▲1983년 서울대 ▲1987년 미국 프린스턴대 석사ㆍ박사 ▲1995년 스웨덴 스톡홀름대 객원조교수 ▲199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1999년 맥킨지 경영컨설턴트(Associate) ▲2001년 엔플랫폼 부사장 ▲2009년 하이트맥주 경영기획본부 부사장 ▲2010년 진로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2011년 하이트진로 연구소장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 사장









무알코올 맥주·숙취해소 음료… 주류회사 노하우 살린 제품으로 승부



■ 강대표의 종합음료기업 꿈

박경훈기자




강영재 대표의 목표는 하이트진로음료를 종합음료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모기업이자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와 음료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지난 1982년 '석수' 브랜드로 처음 생수 시장에 진출한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3월 회사명을 생수 브랜드인 '석수앤퓨리스'에서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생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음료 제품군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정이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정수기에 주로 사용되는 18.9리터 용량 생수 시장에서 연간 점유율 20%대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생수 전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까지 생수 외 대표 제품으로는 진토닉 등의 칵테일 베이스로 활용되는 '토닉워터'와 '카린스', 탄산수 '디아망' 등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강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 30년간 생수ㆍ탄산수ㆍ토닉워터에 국한돼 있던 제품군을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형적인 B2B(기업 간 거래) 기업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 하이트진로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강 대표는 그해 7월 하이트진로에 음료제품의 연구개발 전담 조직인 신사업개발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었다.

그는 음료 시장에서 기존 메이저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주류 회사의 노하우를 살린 음료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주류 제품 개발을 전담했던 연구 인력을 신사업개발 TFT로 영입했다.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으로 출범한 신사업개발 TFT는 올해 초 정식 부서인 신사업개발팀으로 승격되면서 다양한 음료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트제로를 비롯해 술깨는비밀ㆍ맑고진한홍삼수ㆍ화이버콜라 모두 신사업개발팀의 연구개발을 통해 출시된 제품들이다.

제품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에도 변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ㆍ마케팅 활동을 위해 올해 5월 처음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각종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8월 맑고진한홍삼수와 화이버콜라 출시와 함께 건강기능성음료 제품 통합 브랜드인 '이다(EEDA·利多)'를 론칭하면서 브랜드 마케팅에도 시동을 걸었다. 또한 지난해 11월 하이트제로 출시를 기점으로 기존의 대리점 위주였던 영업망을 본격적으로 대형마트ㆍ편의점 등 일반 유통매장을 비롯해 자판기ㆍ카지노 등 다양한 유통채널로 확장하고 있다.

주력 분야인 생수 시장에서도 고급화되고 다양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겨냥해 최근 아이슬란드에서 들여온 기능성 프리미엄 생수 '아이슬랜딕 글래시얼'를 출시하고 승부수를 띄웠다. 강 대표는 "하이트진로음료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며 "음료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능성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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