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통해 인간의 연약함 일깨우렵니다"

'눈물의 역사' 공연 위해 내한 세계적 안무가 얀 파브르


“우리는 우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어린 아이의 눈물 그리고 관능적인 눈물, 황홀경의 눈물, 소변이라는 눈물, 땀이라는 살갗 눈물 등 다양한 눈물을 흘리는 방법을 말입니다.” 세계적인 무용가 얀 파브르에게 인간은 그저 깨어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다. 지난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화제를 모았던 얀 파브르의 무용 ‘눈물의 역사’(History of Tears)는 인간 신체의 취약성을 주제로 삼고 있다. 논란이 불러 일으킨 무용수 20여명의 노출 장면은 인간의 연약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표현일 뿐이다. “발가벗겨져 있을 때 인간은 깨어지기 쉬운 연약한 속성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게 되죠. 물론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 주는 땀ㆍ눈물ㆍ체액 등을 표현하는 데 노출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말이죠.” 의도적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출을 부각시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눈물의 역사는 얀 파브르의 체액 3부작의 마지막 작품. 그는 지난해 세계적인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주빈으로 초청된 눈물의 역사를 초연하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파브르 곤충기 저자 앙리 파브르의 증손자이기도 한 그는 벨기에 태생으로 유럽에서 화가ㆍ조각가ㆍ오페라 연출가이자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어 ‘현대의 다빈치’라는 애칭을 얻고 있다. 얀 파브르는 작품 활동 초기에 돈을 불태워 그 재로 돈(Money)이라고 쓰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80년대엔 공연 시간이 무려 8시간에 달하는 “이것이 바라고 예견해 왔던 연극이다”를 발표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를 세계적인 안무가 대열로 끌어 올린 작품은 ‘달콤한 유혹’, ‘세계적인 저작권’, ‘불타는 상’ 등 신체 3부작. 이 시리즈를 통해 시작된 그의 신체에 대한 관심은 ‘나는 피다’(2001년), ‘울고 있는 육체‘(2004년), ‘눈물의 역사’ 등 체액 3부작에서 한층 더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 눈물을 체액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주제로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류에게 갖가지 종류의 재앙이 닥치기 전에 우리는 우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눈물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을 깨닫고 주위의 연약한 인간을 돌보는 법을 배운다면 이 같은 재앙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2월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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