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협상이 여야간 당리당략으로 지지부진하다.정치권은 국민들의 요구인 실질적인 정치개혁을 외면한 채 외형적인 선거구 제 조정 등 내년 총선승리를 겨냥한 밥그릇 싸움에 치중하고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27일 가까스로 잠정적인 단일안을 마련했으나 양당의 실속 차리기로 급급한데다 야당은 정치개혁 논의조차 하지않아 국회 「무용론」마저 나오고있다.
특히 공동여당이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결여되고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게 문제다. 사회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한 개혁의 물결을 정치권만 거역하고있어 다른 부문의 개혁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여야는 말로만 시늉하는 정치개혁이 아닌 개혁의 본래 취지인 고비용 저효율 극복을 근간으로 하는 정치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여당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를 중단키로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개혁 협상과정에서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지 불투명하다. 더구나 당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먼저 권력구조 개편논의를 마무리한 후 정치개혁 협상을 하자고 주장, 진통이 우려된다.
우선 공동여당은 소선거구제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먼저 국민회의는 전국을 6개권역으로 나누고 1인2표제를 주장한 반면 자민련은 8개권역에 1인1표를 고수했다. 1인1표냐 1인2표제냐가 정당명부제의 핵심임을 감안, 양자의 부분적 합의는 잇속챙기기의 전형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잠정적으로 정한 당론은 현행 소선거구제와 전국구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 물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내 다선의원이나 수도권과 호남, 충청권 출신 의원과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이 중·대선거구제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으나 무게는 소선거구제에 실려 있다.
의원정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민회의 250명, 자민련 270명, 한나라당 270명을 각각 주장, 현재 299명에서 기껏 10%정도 감축하는 선에서 합의될 것같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배분 등의 문제는 한나라당이 정당명부제를 반대하고 있는데다 공동여당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회의는 지역구에서 3인이상 당선되거나 유효득표율 5%이상인 정당으로, 자민련은 지역구 5인이상 당선 또는 유효득표율 3%이상인 정당으로 각각 주장, 지역구도 타파 등에 대한 고심의 흔적은 없다. 또 지역구의원과 비례대표의원 선출비율도 국민회의는 1대1를, 자민련은 3대1를 각각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현재와 비슷하게 5,6대1를 유지했다.
여권은 국회법과 정치자금법 등은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져 손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회와 정당, 정치자금관련 분야 등 권력구조와 직접 연관성이 적은 분야 협상에는 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국회법 협상의 핵심쟁점인 인사청문회 도입대상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아예 반대하고 있지만 자민련은 신축성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결국 여야는 정치개혁에 대한 압박을 받고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않아 정치권의 개혁협상 헛바퀴가 언제 멈출지 의문이다./양정록 기자JR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