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법 개정안] 정부-은행연합회 신경전

은행연합회측은 『과거에 발생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따지기 위해 이제와서 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소급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사정을 뻔히 아는 연합회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못마땅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연합회는 예금자 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한 뒤 조만간 건의문을 만들어 재정경제부에 제출할 예정으로 「독소조항」을 삭제해달라는 요구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오는 14일로 예정된 연합회장 선출을 앞두고 이동호(李同浩) 회장이 오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회 주장=95년 이후 발생한 부실에 대해 책임추궁(손해배상청구 등)을 하겠다는 것은 헌법상의 소급입법 금지조항에 위배된다는 것. 게다가 예금공사는 상당수 은행에 출자를 한 대주주인 만큼 주주대표 소송을 통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굳이 중복해서 법을 만드는 것은 여론에 영합한 처사라고 공박했다. 게다가 업무를 태만하게 처리함으로써 부실을 안겼을 때 책임을 묻겠다는 조항도 구체성이 없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지난 90년대 초 저축대부조합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일부 임직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이 있지만, 불법이나 권한남용 등의 사실이 발견됐을 때의 국한된 조치였다』고 말했다. ◇정부 반박=반면 정부는 이미 10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퇴출당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업의 속성상 잘못된 자금운용의 결과가 수년간 잠복해 있다가 시장전체에 재앙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절감하지 않았느냐』며 『연합회의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는 과징금 부과를 비롯해 금융사 임직원의 정직명령은 물론 판결 전 자산압류·기록압수·소환장 발부 등 사법당국에 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연합회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트집을 잡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금공사 관계자는 『지난 3일 설명회를 열고 부실책임 손해배상청구 대상을 명확히 밝혔다』며 『법률이나 규정위반 또는 불법사실이 드러날 때만 해당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공사의 방침이기 때문에 양심에 꺼리는 행위만 하지 않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