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총수 일가 공금 326억원 횡령
가족경비 등에 사용…검찰, 비자금 수사 종료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박용성 전 두산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 일가들이 지난 10여년간 형제경영을 하면서 회사 공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해 이중 326억원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10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 박용만 전 부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회사공금 횡령을 주도한 총수 일가 형제 4명을 포함, 두산계열사 전ㆍ현직 대표 14명을 특경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100여일간의 수사를 종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용성 전 회장은 두산 선대 회장 때부터 가족의 자금관리를 맡는 '집사' 역할을 하며 공식 계열사 및 위장 계열사를 동원, 하도급거래 부풀리기 및 허위 거래를 통해 주기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6남매 박씨 형제에게 나눠줬다.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 박용만 전 부회장 등 3형제는 협력업체에 외주 공사비를 과다지급한 뒤 그 차액을 되돌려받는 수법을 이용, 지난 95년부터 최근까지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과 위장계열사인 동현엔지니어링 등을 통해 모두 286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
이중 139억원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사주 일가의 두산건설 유상증자대금 이자 납부에 쓰였고 나머지는 세금 등 가족공동경비(37억원), 회장단 잡비(3억원) 등에 할당됐다. 박용성씨는 장남 박진원씨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했으며 횡령한 자금을 6남매에 매달 평균 700만원, 매년 8,000만원 정도씩 전달했다.
형제 중 6남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넵스에서 협력업체와 허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40억여원을 횡령했다. 박용욱씨는 이 돈으로 15억원의 사찰 기부금을 내고 나머지는 생활비에 썼다.
박용성씨 남매는 또 두산산업개발의 공사 진행률을 허위로 높여 매출금액을 과대 계상하는 방법으로 2,838억원 가량을 분식회계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수사를 통해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건설 호황기인 90년대 초반 48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계열사 지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밝혀냈다. 하지만 박용곤씨의 횡령 부분은 특경가법상 횡령죄의 공소시효(10년)가 지나 기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입력시간 : 2005/11/10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