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유혈사태를 끝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좀처럼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특사로 나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두 차례 면담하고 정치적 대화를 촉구했지만, 아사드 측은 물론 반정부 세력으로부터도 신통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유엔과 아랍연맹(AL)의 공동특사 자격으로 시리아를 방문한 아난 전 총장은 11일(현지시간) 전날에 이어 다시 아사드 대통령과 만나 즉각적인 정전과 정치적 대화, 구호 기구의 주민 접촉 허용, 수감자 석방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위 외교관은 “회담이 허사로 끝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욕 유엔본부 외교관들도 정부군이 아난과 아사드가 1차 회담을 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전날 늦게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 진격하자 아난의 중재 노력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1차 회담에서 아사드 대통령도 테러 단체들이 시리아를 위협하는 한 정치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 또 반정부 시위는 테러리스트들이 외국의 음모를 수행하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고 시리아 국영통신은 보도했다. 아사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반정부 세력을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어떤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AL은 1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긴급 외무장관 회담을 하고 시리아 사태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아사드 정권에 대해 폭력 행사를 즉각 중단하고 평화시위를 보장하며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을 하고 구호 기구의 주민 접촉과 언론들의 안전한 취재를 허용할 것 등을 촉구했다.
또 시리아 야권에 대해 단합해서 진지한 대화를 할 태세를 갖추기를 요구하고 유엔 안보리에도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책임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AL은 다만 당초 결의안에 포함된 아사드 정권 퇴진 요구는 철회했다. 이는 새 결의안에 대해 러시아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외국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12일 고위급 회담을 열고 시리아 사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국이 시리아의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결의안만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고위급 회담 와중에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동하지만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유럽연합(EU) 외교관들도 오는 23일 브뤼셀에서 시리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