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센 언니'들 드라마서 눈에 띄네

직장의 신·여왕의 교실 이어 SBS 수상한 가정부 9월 방송
스스로 현실 개척하는 캐릭터 눈길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가 방송계에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국내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기센 언니'들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KBS '직장의 신'의 '미스 김(김혜수)', MBC '여왕의 교실'의 '마녀 선생님(고현정)'이 바로 그들. 이들은 어둡고 미스터리하고 등장인물 모두를 제압하는 기가 센 여성 캐릭터다. 두 작품 모두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SBS도 이와 비슷한 여주인공을 내세운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가제)'를 9월 말부터 방송한다. 웃지 않는 서늘하고 베일에 가려진 가정부 역에는 배우 최지우가 캐스팅됐다.

직장의 신의 미스 김은 그동안 꿋꿋한 비정규직으로 표현되던 '캔디형'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미용사 자격증에서 굴삭기 자격증까지 없는 자격증이 없는 '슈퍼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그는 직장 내에서는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으며 상사까지 무시하고 인정머리는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최고 시청률은 13.6%에 달했고 '미스 김 신드롬'까지 만들어냈다.

여왕의 교실의 마녀 선생님도 인자한 선생님 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교육철학은 부조리한 사회를 교실에서 재연하고 스스로 부조리한 권력이 돼 아이들에게 면역력을 키우는 것. 극 초반에는 "작위적인 설정과 자극적인 대사가 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마녀 선생님의 교육이 성공하기 시작하는, 즉 부조리한 권력인 선생님에 맞서고 친구들끼리 의지하고 학교라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며 아이들이 성장할 때는 시청률도 올라갔고 시청자 의견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청소년 드라마임에도 오후10시대에 방송돼 주 시청자 층인 청소년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고 시청률은 10%에 육박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기센 언니들'인 미스 김과 마녀 선생님의 반향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도 변화가 왔음을 보여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런 트렌드에 대해 "꿋꿋하게 버티고 적응하는 캔디형에서 실력을 키워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스스로 개척하는 현실적인 기센 여성상으로의 변화를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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