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미국도 부담

미 재무부 보고서
금리 급격한 변동 리스크… 금융시장 새 규제수단 필요

미국 재무부가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난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 시행이 미국 금융시장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연준이 18일 오후2시(이하 현지시간) 이틀간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및 양적완화(QE) 축소 시행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재무부의 경고가 연준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연준의 발표 하루 전날인 17일 자국의 금융 시스템을 진단하는 보고서를 냈다. 지난 2010년 발효된 미국의 대표적 금융규제 방안인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자국 내 금융 시스템 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개선사항을 분석하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시장참자가들의 고위험 투자가 늘고 있다"며 "금리의 급격한 변동 리스크에 미국 금융시장이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 2·4분기 기준 미국 주식 및 채권 뮤추얼펀드가 투자한 단기자산 규모는 6,000억달러로 금융위기 전인 2007년(3,000억달러)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미국 비금융권 회사의 단기성 투자자산 역시 1조6,000억달러로 2007년의 1조3,000억달러에 비해 늘었다. 심지어 안정적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삼는 국부펀드·연금펀드 등 기관투자가들까지도 2007년 대비 단기자산 투자 규모를 1,000억달러 늘렸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단기투자상품으로의 자금 집중은 수년간 이어진 미국의 초저금리(0~0.25%) 및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물이다. 연준은 2009년 3월 첫 양적완화 시행 이후 지금까지 3조9,900억달러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초고속 거래나 캐리트레이드(저금리를 활용해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행위) 등도 201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며 "도드-프랭크법으로 도입된 금융시장 규제안을 넘어서는 새로운 규제수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연준의 올해 마지막 금리결정회의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날 전격 공개됐다는 점에서 더욱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 밖의 선전을 이어가면서 이번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전격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 블룸버그가 이달 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의 34%가 "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이 12월에 실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과 한 달 전 조사에서 12월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에 손을 들었던 전문가가 17%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테이퍼링의 실시 선언 대신 출구전략 개시 시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제 안제(forward guidance)'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내년 1월 채무상한을 둘러싼 워싱턴 정가의 예산전쟁을 지켜본 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1월 회의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실제적 이행을 재닛 옐런 지명자에게 맡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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