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아직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점차 사정이 좋아지겠죠.”
정부와 여당이 과학기술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27일 합의했다는 뉴스에 대한 대덕의 한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의 대답이다. 1년여를 끌어온 부총리 승격문제가 해결을 앞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부처 승격뿐 아니다. ‘사이언스 코리아’니 ‘과학축전’이니 하는 과학기술 관련 행사가 범국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표명과 함께 연구개발(R&D) 등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어났다. 오는 2007년까지 국가예산의 7%를 R&D 부문에 투입하고(올해 4.81%) 연구원의 수를 25만명(인구 만명당 40.4명ㆍ2001년 37.8명)으로 늘린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겉만 보면 한국의 과학기술은 곧 도약의 시대를 맞을 것만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침체에 빠졌던 대덕단지 등의 연구원 당사자들은 아직도 ‘봄’을 느끼지 못한다. 과학기술계의 해묵은 난제 또한 여전하다.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 PBS(Project Base System)제도, 여성 연구원의 처우 등 숱하게 깔려 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자율ㆍ자립경영 등을 주장하며 지난 21일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96년 7월 이후 8년 만이다. 현장의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최근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분석하면서 연구개발비나 연구원 수에서는 10위 이내의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법적환경 등 제도에서는 낙제점을 매겼다. 정부의 과기 정책이 양(量)만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얼마 전 미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총장으로 영입했다. 2002년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것을 과학기술계에서도 재연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축구가 지금도 세계 4강 수준이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한국 과학기술 정책이 개인기가 아닌 시스템에 의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